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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호 (통권 제31호) : 특집: 아시아의 도시와 작가
| 통권 : 2013년 | | HIT : 877 | VOTE : 62 |
계간 ASIA 2013년 겨울호 (통권 제31호)
특집: 아시아의 도시와 작가



발행일 2013년 12월 20일
값 13,000원, 328쪽
출판사 아시아
분야 문예 계간지
ISSN 1975-3500 34




우리는 작가를 통해 도시를 기억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 프란츠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의 프라하…… 우리는 문학으로 기억되는 도시들의 목록을 얼마든지 더 늘일 수 있다. 윌리엄 포크너와 옥스퍼드 혹은 신화적 왕국 요크너퍼토퍼, 도스토옙스키와 생 페테르부르크, 그리고 가브리엘 마르께스와‘ 16세기부터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도시’ 보고타, 혹은 ‘백 년 동안 고독한 도시’ 마콘도……
그렇다면 아시아의 도시들은 어떤가?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라 대륙과 국경을 넘는 교류의 폭은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만큼 넓어졌지만, 문학을 통해 아시아의 도시들을 기억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굳이 특집으로‘ 아시아의 도시와 문학’을 마련한 까닭이다.

*이번호에는 2013년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 수록되었습니다.

귀신들이 떠도는 도시와 가짜도 ‘명품 가짜’가 있는 도시
_타이완 여성작가 리앙, 인도네시아 여성작가 아유 아타미

타이완의 여성작가 리앙에게는 타이완 자체가 귀신이 붙어 다니는 섬인데, 그녀가 태어난 고향 루깡(鹿港)은 한 번도 타이완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고 지금도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귀신들, 특히 여자 혼귀들이 출몰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지정학적 역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 아유 우타미는 거대도시 자카르타를 서슴없이‘ KW’라고 부르는데, 그건‘ 가짜’라는 뜻이다. 예컨대 과거의 부패한 정치권력이 없애버린 공원과 녹지 대신 들어선 쇼핑몰들이 대표적인데, 천장에는 하늘이 그려져 있고, 실내는 플라스틱 나무와 각종 장식으로 뉴욕이나 차이나타운처럼 꾸며져 있으며, 어떤 층에서는 초현대식 우주선에 탑승한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문제는 자카르타 시민 누구나 이것들이 다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심지어 그 가짜에도 순위를 매겨 가며 애써 ‘명품 가짜’, 즉‘ KW Super’를 골라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작가는 해적판을 들고 와 사인을 부탁하는 독자까지 자연스럽게 만난다.

인도 작가가 말하는 『인도로 가는 길』
_인도 작가 마카란드 파란자페

우리에게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진 E.M. 포스터의 소설『 인도로 가는 길』은 영문학사
에서 꽤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가 모호함과 불안정의 공간으로 설정한 마라바르 동굴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로 인해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가 어떻게 재편되는 것인지, 인도인은 그 소설을 어떻게 읽는지 마카란드 파란자페 교수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베이징을 떠오르게 하는 두 작가 루쉰과 라오서를 말하다
_중국 소설가 쉬쿤

중국의 작가 쉬쿤은 베이징을 작품 속에 담아낸 근대 중국문학의 두 거인 루쉰과 라오서에 대해, 특히 가진 것 하나 없이 오직 두 발로 뛰면서 혼란하기 짝이 없던 베이징의 근대를 허겁지겁 감당해냈던 한 사람의 인력거꾼‘ 낙타 상자’를 세상에 내보낸 작가 라오서가 중국의 근대문학을 이해하려 할 때 루쉰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관문임을 차분하게 짚어준다.

올 겨울 ASIA의 작가 권여선
소설가 권여선의 소설 쓰기에 관한 에세이 「나는 어떻게 쓰는가」

권여선은 장편과 단편의 같고 다름에 대해서, 자기가 소설 쓰는 사람인지 소설 갈아엎는 사람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 생계와 자유라는, 매우 차원이 다른 항목들의 삐딱한 균형 위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고백한다. 마치 작가의 은밀한 방을 훔쳐본 기분마저 든다. 에세이와 함께 양윤의 평론가의 해설, 단편 「봄 밤」의 영문을 수록했다.

주제의식을 향해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작품...
2014년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박혜지의 「처형」


본지는 올해부터 심훈문학상, 구상문학상과 함께 손을 잡고 신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에 좀 더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번호에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자인 신예소설가 박혜지의 당선작「 처형」을 소개한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경청할 만한 이야깃거리와 단어 하나도 헐렁하게 사용하지 않는 세심함이 공존하는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신인 작가의 작품에 일독을 권한다.

정희성, 오은 시인의 신작 시 4편 수록
2014년 화제의 책 파리누쉬 사이니 『나의 몫』과
화제의 작가 사사키 아타루 신작 『이 치열한 무력을』에 대한
평론가 고인환, 이경재의 서평



본문 속에서
내가 창조적인 기록으로서 글쓰기를 하는 것, 특히 허구의 소설을 쓰는 것 역시 또 다른 유형의 혼귀들의 기억방식일 것이다.
작가로서, 특히 여성 작가로서, 또 특히‘ 음성(陰性)’ 서사의 대표로 불리는 여성 작가로서, 나는 여인 또는 여성 작가로서 귀신들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갈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귀신이 몸에 붙은 상태(부신)로 혼백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도 영원히 떠돌면서 안식할 곳을 찾지 못하는 귀신이다!
나도 플로베르의 명언을 따라해야 할까?
“저는 보바리 부인입니다.”
나는 또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저는 루청입니다. 다시 말해서 저는 루깡입니다.”
리앙_「귀신들이 떠도는 도시-루깡」 31쪽

상상 속의 나라와 고향은 아마 실제의 조국이나 고향이 갖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장악력이 있을 텐데, 거기에는 이상과 배치되는 실망스러운 요소들이나 기억들이 없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나라는 이상적인데, 모국에 대한 전망은 그 속에서 의미를 지닌다. 바로 여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닮은 점은 거의 사라진 어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난민의 정신 상태가 지니는 아이러니가 있다. 변화나 동시대성이란 개념은 그런 정신 상태와 거의 부합되지 않는다.
어머니의 유목 마을은 나의 놀이터였다. 내가 티베트에 관하여 물어보면, 어머니는 돔파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그것이 당신이 어렸을 때 알던 티베트의 모든 것이자, 내가 인도의 다람살라와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어린아이로서 티베트에 대해 알던 모든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눈길을 통해 평원과 산맥의 절경을 보았고, 키츄―기쁨의 강―라는 이름의, 당신의 집에서 약 일 킬로미터쯤 떨어져 자갈투성이 강둑을 끼고 느릿느릿 흐르는 강도 보았다.
체링 왕모 돔파_「머나먼 고향-돔파」 35~36쪽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마치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분리되었듯이 본질로부터의 분리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이 또 복제된 것과 같다. 이러한 분리의 복제는 여러 시대와 주제 속에서 무한히 반복된다.
예술은 정직함을 위해 미학적 형태를 찾는 노력이다. 문학에서의 정직함은 언어가 닿을 수 없는 본질의 KW, 모형에 불과하다는 고해에서 시작된다. 어떤 분야의 예술에서든 정직함은 예술가가 지나치게 대상을 미화시킬 때 끝난다. 평범함의 미학은 대상의 미화와 대척점에 있는 모험이다. 탐미주의나 대상의 미화는 전체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없이 광란적으로 벌이는 KW 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가짜의 미학은 지식의 본성이 가지는 독창성에 대한 고해를 요한다. 우리가 특정 사실이나 예술적 공식에 대해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고해가 필요하다.
아유 우타미_「가짜와 평범함의 미학-자카르타」 49~50쪽

오늘날의 하노이에 살고 있는 나는 도시의 편리함을 누린다. 그러나 나는 그 편리함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심지어 나는 오늘날의 하노이는 하노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까지 오늘날의 하노이에 대해 글 한줄 쓰지못했다. 나는 하노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하노이는 미군의 폭격을 받고 있는 하노이, 가난하고 암담한 시절의 하노이다.
실로 모순된 논리다. 어린 시절의 하노이를 생각할 때면, 나는 단지 처량함과 애통한 감정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때의 하노이에 대해서만 쓸 수 있다. 단지 궁핍과 전쟁, 집단적 삶의 무게에 짓눌린 하노이 사람들의 삶과 운명에 대해서만 쓸 수 있다.
전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6년간의 군 생활은 나를 전쟁을 무한정 증오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1975년 평화가 찾아왔을 때 나는 제대를 하고 하노이의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나는 평범한 삶을 살고자, 심혼의 평온을 찾고자 전쟁의 끔찍한 기억들을 빨리 잊게 되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바오 닌_「기억과 나의 문학-하노이」62~63쪽

진실에 이르기 위해 라말라에서 오랫동안 세심한 관찰이나 강렬한 삶의 체험을 할 필요도 없이, 이곳에서의 진실이란, 이 파괴의 흙먼지로 뒤덮인 도시에서는, 제 스스로는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 제 속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계들을 준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이 도시에서는, 혼자 사무실에서 자기 책상 뒤에 숨어 있거나 자기 집에서 커다란 창문에 달린 커튼 뒤에 숨어 있는 것 외에 뭔가를 볼 필요도 뭔가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경계 이탈을 너무나 잘 참아 내는 것이 라말라에서의 고립이기에. 사실, 이것이 이 도시에서의 삶을 무사하게 한다.
아다니아 쉬블리_ 「라말라의 경계에서-라말라」86~87쪽

나는 생계와 자유라는, 매우 차원이 다른 항목들의 삐딱한 균형 위에서 글을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소설 쓰는 방식은 바뀌어도 내 삶과 소설의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러다간 굶어죽겠지 싶을 정도로 궁핍해지면 글이 조금 달라진다. 대중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제도가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순응하려고 꿈틀거린다. 내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글이 알아서 저절로 그렇게 된다. 글도 살아야 하니까. 이러다가 너무 잘 나가는 것 아니야 싶으면, 솔직히 말해서 그런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에는, 또 글이 조금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언어라는 주인의 요구에만 순종하는 식으로.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거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나서 생각해도 충분한 일이다.
권여선_ 「나는 어떻게 쓰는가」178쪽

오랜 시간 낙선의 고배를 무수히 마시며 숱하게 좌절했을 때 내 곁을 지켜주신 소중한 분들이 너무나 많다. 호명하지 않아도 알아주실 거라 무모하게 믿으며, 일일이 이곳에 열거하지 않는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바란다.‘ 내 글을 알아봐줄 눈 밝은 심사위원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고 끝까지 고집을 피운 나의 끈기에 박수를 보내며, 나의 오만한 믿음을 지지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당선 소식을 들은 날 하루 동안은 내내 행복했다. 그러나 다음날 눈을 뜨면서부터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하여 저녁 때 쯤에는 나를 온통 휘감았다.‘ 좋은 작가’라는 말 속에 숨은 막중함과 욕망의 두 감정에 사로잡히자 마구 두려워진 것이다.‘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은 이제 나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더 열심히 쓰는 일밖에 없다. 판에 박힌 말이라고 생각하며 우습게 여겼던 말을 내가 하게 될 줄 몰랐다. 그러나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상황에 놓이고 보니 처지가 이해된다.
박혜지_「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당선소감」 281쪽


차례

권두언 도시는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
_전성태

기획특집:아시아의 도시와 작가

+ 나의 고향, 나의 도시 +

귀신들이 떠도는 곳―루깡(鹿港)
_리앙(李昻)|타이완

머나먼 고향―돔파
_체링 왕모 돔파|티베트

가짜와 평범함의 미학―자카르타
_아유 우타미|인도네시아

기억과 나의 문학―하노이
_바오 닌|베트남

나와 내 글쓰기―싸뭇싸컨
_찻 껍찟띠|태국

어린 시절의 시골:내 모든 것의 시작점―보이모클리
_에쉬코빌 쉬쿠르|우즈베키스탄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 준 내 고향 알라이쿠―알라이쿠
_코조겔디 쿨루에프|키르기스스탄

라말라의 경계들에서―라말라
_아다니아 쉬블리|팔레스타인

티그리스 강-내셔널리즘의 강과 장소:자살 국가―바그다드
_알리 바드르|이라크

+ 서양이 본 아시아 +

인도 너머로 가는 길:인도인이 본 E. 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
_마카란드 파란자페|인도


+ 아시아가 본 아시아 +

베이징의 루쉰(魯迅)과 라오서(老舍)
_쉬쿤|중국

+ 한국 작가가 바라본 아시아 +

울란바토르의 맨홀―울란바토르
_전성태

서울이 들려주는 이야기―서울
_김미월

+ 시 +

헌화가 외 1편
_정희성

질서 외 1편
_오은

+ ASIA의 작가 권여선 +

나는 어떻게 쓰는가?
_권여선

봄 밤
_권여선

사랑의 플롯, 플롯의 승리
_양윤의

+ K 픽션 황정은 +

창작 노트「양은 이렇게」
_황정은

양의 미래
_황정은

터널이 있든, 없든―황정은,「양의 미래」
_이경재

+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 +
처형
_박혜지

+ 서평 +
‘독립’을 향한 지난한‘ 혁명’―파리누쉬 사이니,『 나의 몫』
_고인환

너 자신을 증명하라!―사사키 아타루,『 이 치열한 무력을』
_이경재

+ 아시아 통신 +

인도와 마하바라따
_손선경

몽골인의 문학축제‘ 볼로르 첨-30’
_멘드|몽골

번역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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