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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아랍에서 가장 중요한 소설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 통권 : 2014년 | | HIT : 681 | VOTE : 65 |
20세기 가장 중요한 소설로 뽑히는 압도적 걸작
셰익스피어 『오셀로』에 비견되는 검은 백인의 비극

★★★★★
“세계문학사를 빛낸 명저”
《가디언》

“아랍어권 최고의 작가”
《런던 트리뷴》

20세기 아랍의 가장 중요한 작품
아랍학술원

세계 100명의 작가가 뽑은 세계 문학 100선
노벨 연구소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피터 박스올


▢ 도서명 |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아시아 문학선 006)
▢ 원제   | Mawsim al-Higra ila al Shamal
▢ 지은이 | 타예브 살리흐(Tayeb Salih)
▢ 옮긴이 | 이상숙
▢ 발행일 | 2014년 7월 28일
▢ 분야   | 문학 > 소설 > 외국 소설 > 기타 나라 소설
▢ 판형   | 국판(무선)
▢ 면수   | 200쪽
▢ 책값   | 12,000원
▢ ISBN  | 979-11-5662-039-6 (04800)
           978-89-94006-46-8 (세트)
▢ 담당   | 김형욱(02-821-5055/bookasia@hanmail.net)


◇ 책 소개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소설!

아랍어권에서 최고의 명성을 구축한 작가 타예브 살리흐의 대표 작품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이 작품은 여성 편력, 살인, 반전과 같은 소재와 탈식민주의, 인종주의 같은 강렬하고 문제적인 주제의식 때문에 대중과 평론, 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았고, 20세기 가장 중요한 아랍 소설로 평가 받는다.

아프리카 소년이 런던에 건너와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악마적 기질의 ‘여성-킬러’가 된 삶과 의식 세계를 추적한다는 내용적 측면에서 봤을 때의 그 소설적 재미 또한 학문적 중요성 못지않게 소설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적 재미와 학문적 성과의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 타예브 살리흐의 글은 탁월하다.

이 소설이 특히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주인공의 지극히 개인적인 인생역정이 그리고 수단 북부의 마을이라는 작은 곳을 배경으로 하는 국지적인 일이 인류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인류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는 끝없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현재를 살고 미래를 계획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과거를 여과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현재를 방황하고 있다.

종족 간, 지역 간, 문화 간의 이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의 재조명은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과연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욕망의 경계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비극의 파멸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이 소설을 다시금 곱씹어 봐야하는 이유가 이 질문들에 있다.



◇ 출판사 리뷰

20세기 가장 중요한 아랍 소설
세계 문학사를 빛낸 100권의 명저
노벨 연구소 선정 세계 문학 100선

타예브 살리흐의 장편소설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이 아랍어권 소설로는 처음으로 ‘아시아 문학선(006)’에서 출간되었다. 타예브 살리흐가 서른일곱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1966년 아랍어로 처음 발표되었고 1969년에 영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그 미적 완성도는 물론 소재와 주제의 강렬성 때문에 일찍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아랍학술원은 이 작품을 20세기 가장 중요한 아랍 소설로 선정하였고, 노르웨이 소재 노벨 연구소와 《북 클럽스》는 전 세계 50여 개국 출신 100명의 유명 작가의 설문을 통해 세계문학 100선을 선정했는데 이 작품이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지다』와 함께 유이(唯二)한 아프리카 지역 선정작이었다. 또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 작품을 현대아랍문학을 빛낸 여섯 편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다.

아랍-아프리카인들의 곤경을 그린 멋진 세밀화
악마적 기질의 여성 킬러가 된 저명한 경제학자의 인생역정!

소설은 영국에서 7년간 시를 공부한 화자가 수단 나일강둑에 위치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리웠던 가족,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낯선 중년 사내를 발견한다. 그는 무스타파 사이드. 수도 하트룸에서 이주해 왔다고 했다. 화자는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지만 그는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무스타파는 취하게 술을 마셨고 영어로 시를 읊었다. 이에 화자는 큰 충격을 받는데 수단의 작은 마을에서 영어로 시를 읊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화자는 무스타파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져갔고 계속해서 그의 정체를 캐물은 끝에 무스타파는 화자에게 과거를 털어놓기에 이른다. 가히 충격적인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무스타파는 하트룸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읜다. 그는 영어를 특출나게 잘했는데, 그 덕분에 이집트 카이로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이후에도 그 특출남을 유지하여 경제학을 배우러 영국 런던까지 진출하기에 이른다. 그곳에서 다양한 배경과 교육 환경을 지닌 여성들을 사귀게 되지만 그 결말들은 하나같이 비극에 이른다. 두 처녀를 자살하게 만들고, 한 유부녀를 파멸로 이끌었으며,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여인들은 무스타파에게 호기심과 동정심, 동경을 드러냈다. 영리한 무스타파는 이를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는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 그녀들에게 무스타파는 황홀한 동양의 신비를 상징했고 유럽인이 지닌 흑인에 대한 성적 신화의 환상 그 자체였다. 결국 여인들의 죽음과 관련하여 재판을 받게 된 그는 사형받길 원했지만 7년형을 언도받는다.

무스타파는 화자에게 만일의 경우 자기 아내와 아이들의 후견인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면서 ‘비밀의 방’ 열쇠를 건네주고, 나일 강이 범람할 때 실종되고 만다. 그 방에는 무스타파의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유럽 여성을 정복함으로써 식민주의식 정복을 흉내낸 후 그것을 뒤집는 방식으로 식민주의의 그릇됨을 고발하려 했지만, 정복자이기 이전에 검은 백인으로서의 허위의식 또한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했던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의 비극적 계승!
‘검은 백인’으로서의 허위의식을 벗어던지지 못한 침략자

주인공 무스타파 사이드를 윌리엄 셰익스피어 비극 『오셀로』의 주인공 오셀로와 비교하는 시도는 작품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오셀로는 피부가 검은 무어인이지만 베니스에서 권력의 핵심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고, 혁혁한 공훈을 세워 귀족의 딸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검은 백인’ 되기가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결국 오셀로는 그의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그는 ‘검은 흑인’에서 나아갈 수 없었다.

무스타파 사이드는 어릴 적부터 검은 백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터득해 나간다. 그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했고, 동료들은 그를 검은 영국인이라고 부르곤 했다. 하지만 자신이 백인 여성들을 농락하고 살해한 행위가, 유럽인이 아프리카를 침략하며 자기 동족에게 가한 폭력에 대한 복수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자신은 검은 백인이 되고자 했던 오셀로와는 다르며 오셀로는 거짓이라고 강변한다. 그가 누구보다 검은 백인처럼 보이려 했던 이유는, 그것을 이용해 쉽게 침략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침략과 정복은 너무나 쉬웠고 오셀로 콤플렉스의 희생물이 되지 않고 무스타파 사이드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침략자이자 정복자이기 이전에 검은 백인으로서의 허위의식 또한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다. 그의 비밀의 방에 가득 찬 도서목록이 이를 웅변한다. 그곳에는 아랍어로 된 책이 단 한 권도 없다. 그곳엔 검은 ‘백인’의 모습만 투영되어 있었다. 결국 그는 누구보다 검은 백인이 되고자 했던 오셀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은 일찍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과 비교되면서 종종 논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곤 했다. 『암흑의 핵심』이 제국주의 지배 담론에 도전하면서도 유럽인의 인종 편견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것에 반해,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은 인종주의적 요소가 지닌 문제점을 드러내며 콘래드의 한계를 반박함으로써, 제국주의와 서구의 고정관념을 다시 쓸 뿐 아니라 나아가 수단 내부 문제를 직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또한 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언급되는 고전이다.

학술적 가치를 압도하는 소설적 재미
인종, 성별, 국경을 오가는 강렬한 이야기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에서 주제를 관통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장면들은 차라리 한 편의 희곡처럼 느껴진다. 대사도 대사려니와 비극적 요소가 다분하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강렬하다.

“흥분과 소란으로 시끌벅적한 역 플랫폼에서 여인의 두 팔이 내 목을 감싸고, 그녀의 입술이 내 볼 위에, 그녀의 체취인 낯선 유럽의 향기가 코를 간질이고 풍만한 가슴이 나와 밀착해 있는 바로 그 순간, 겨우 열두 살임에도 여태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성욕이 어렴풋이 일어남을 느꼈다.”(33쪽)

날카로운 칼과 같아 신속하고 냉철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며, 남들보다 월등이 높은 이성적 판단과 천재적인 성적을 자랑하는 12살 아이의 지울 수 없는 첫 경험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 여인, 그녀가 바로 내 운명이고 파멸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게 겨자씨만 한 가치도 없다. 나는 남쪽에서 온 침략자였고, 여기는 바로 내가 결코 무사히 돌아갈 수 없는 얼음의 전쟁터이다. 나는 그 해적선의 선원이고, 진 모리스, 그녀는 파멸의 해안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황홀한 순간은 내게 전 생애와 같았다.”(167쪽)

이 소설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탈식민주의’이다. 남과 북의 고질적 불균형을 극복해 보려 하지만 검은 백인으로서의 허위의식을 벗어 던지지 못한 점, 아랍어 책이 하나도 없는 비밀의 방이 지역적 격차의 불균형이 아닌 뿌리 내린 정신적·문화적 식민지 상황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 예다. 즉, 이데올로기에 관한 해석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이 소설을 두고 ‘그 어떤 학술 서적들보다 유익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그래서 소설이 갖는 ‘소설미’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적게 이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수없이 인용된 학술적 가치를 압도하는 읽는 즐거움에 있다. 인종이나 성별, 국경을 오가는 강렬한 이야기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 작가와 옮긴이 소개

지은이 타예브 살리흐 Tayeb Salih
1929년 7월 북부 수단 나일 강변의 한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수단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수도 하르툼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1952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대학에서 수학했다. 이후 런던에서 발행하는 아랍어 신문에 주간 칼럼을 연재했다. 1956년 수단이 독립한 이후에도 영국에 머물면서 BBC 방송국의 아랍어 파트에서 일했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카타르 도하에서 공보부 차관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생애 마지막 십 년간은 파리 유네스코에서 페르시아 만의 아랍국가들 이익을 대변했다. 1965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여성과 결혼했다.
생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으나 그의 작품들은 자신이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 마을에 그 뿌리를 굳건히 두고 있으며, 아랍-아프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 식민지 전후 아프리카의 농촌 공동체, 종교로서의 이슬람, 서구식 교육을 받은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대면하게 된 유럽의 백인 사회는 창작의 주요한 배경이자 모티프로 작용했다. 대표작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은 1966년 아랍어로 처음 발표되었고, 1969년에 영어로 번역되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다마스쿠스 소재 아랍학술원은 2001년 이 작품을 20세기 아랍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선정했다. 아프리카 소년이 런던에 건너와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여성-킬러’가 된 삶과 의식 세계를 추적한 이 작품은, 그 소재와 강렬한 주제의식 때문에 서구 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았고, 특히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과 자주 비교되면서 탈식민주의 논쟁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 작품을 현대아랍문학을 빛낸 여섯 편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 작품을 ‘세계문학사를 빛낸 100권의 명저’로 꼽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고국 수단에서는 오랫동안 금서로 지정되었다. 1990년 그는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라는 칼럼을 발표했는데, 이 글에서 수단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를 부정하는 하르툼 정권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이외에 소설집 『시냇가의 종려나무』(1960), 장편소설 『앗자인의 결혼식』(1964), 『반다르 샤(도시의 왕)』(1967) 등이 있다. 『앗자인의 결혼식』은 영화로 만들어져 1976년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타예브 살리흐는 2009년 2월 신장병으로 사망했다.

옮긴이 이상숙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와 동 대학원 통번역대학원 한아과를 졸업했다. 모국어인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어, 불어 등 다양한 외국어에 흥미를 두었으나, 전공인 아랍어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20대와 30대 초반을 아랍어와 한국어 두 언어권에서 생활하며 의미 전달자로서 활동했다. 2001년 호주로 이주해 영어와 한국어 통번역을 전공하였고 현재 시드니에 살고 있다. 그간 언어와 관련된 일에 쏟아 부었던 관심과 애정을 이제는 사랑하는 딸에게로 두고 있다.



◇ 책 속에서

“농부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다 있네. 노동자도 있고 의사와 선생님도 있고 우리와 꼭 같아.”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머지 생각들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처럼 태어나고 죽고, 그곳 사람들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행하면서 많은 꿈을 지니고 생활해. 그 가운데 일부는 현실로 성취되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무위로 끝나지. 그들도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 한편으로는 사랑을 노래하며 배우자와 아이들 속에서 평안을 찾는다네. 유럽인도 강자가 있고 약자가 있어. 어떤 이는 자기들이 가져야 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도 하고 다른 이는 그것조차 가지지 못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고, 약자라고 해도 대부분은 터무니없지는 않아.’
-10쪽

나는 고개 숙인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두말 할 것 없이 아주 잘생긴 미남형의 얼굴이었다... 한 남자의 얼굴에 강인함과 연약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음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입술선과 졸린 듯한 두 눈은 잘생겼다기보다는 아름답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했다. 그는 조용조용히 이야기했지만 목소리는 분명하고 또박또박했다.
-14~15쪽

갑자기 땅이 갈라지고 악마가 나타나 내 앞에서 두 눈으로 불길을 내뿜었다 해도 이보다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같은 소름 끼치는 기분이 나를 엄습해 왔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 환각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무스타파를 향해 소리쳤다.
“도대체 뭐라고 한 겁니까? 무슨 말을 한 것이냐고요?”
-22쪽

그녀는 아주 손쉬운 먹이였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았고 옥스퍼드에서 동양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녀는 항상 활기가 넘쳤고 명랑하고 총명해 보였으며, 두 눈은 언제나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그녀는 내게서 보이는 어둑어둑한 황혼 무렵의 분위기를 여명으로 보았다. 또 나와는 정반대로 열대의 기후와 강렬한 태양, 진홍빛 지평선을 열망했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이 모든 동경에 대한 하나의 상징처럼 비쳤다. 나는 북쪽과 얼음을 동경하는 남쪽이었다.
-38쪽

‘나 무스타파 사이드는 실체가 아닙니다. 단지 환영이며 거짓일 뿐이에요. 그 허위를 사형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나는 사그라지는 잿더미처럼 말없이 앉아 있었다. 맥스웰 포스터킨 교수는 계속해서 광적인 어느 한순간에 살인을 저질러 버린 천재의 이성에 대해 나름대로의 독특한 해석을 펴 나갔다. 그러고는 스물넷밖에 안 된 내가 어떻게 런던 대학의 강사로 임용될 수 있었는지 설명했다. 또 앤 하몬드와 셸라 그린우드는 어떻게 해서든 죽으려고 했었으며 설혹 무스타파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자살했을 거라고 말했다.
-41쪽

무스타파는 2년 전에 죽었지만 나는 아직도 간혹 가다 그를 다시 만나고는 한다. 25년이란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그에 관해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한 장소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 후 무스타파 사이드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세계의 일부에 자리 잡고 내 뇌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스스로 떠나려 하지 않는 환영이 된 것이다. 나는 두려움과 같은 아득한 느낌을 갖게 된다.
-57쪽

무스타파 사이드가 최후를 선택했다면 그는 자기 생애의 줄거리 중에서 멜로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이 맞는다면 자연은 그 자신이 원했던 바로 그 최후를 선사해 준 것이다. 상상해 보라. 7월의 무더위로 여름은 그 절정에 다다랐다. 잔잔히 흐르던 강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범람했다. 어둠은 자연의 모든 요소를 삼켜 버려서 강보다 더 오래
되고 더 평범한 하나의 분명치 못한 요소로 만들어 놓았다. 영웅의 최후는 그렇게 와야만 했다. 그것이 진정 그가 바라던 최후였을까? 아마도 그는 북에서, 북의 끄트머리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매섭게 추운 밤, 별 하나 없는 캄캄한 하늘 아래, 그에게 관심을 갖는 이 아무도 없는 가운데에서 홀로 최후를 맞이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복자들의 침략의 최후를.
-74쪽

“이 마을 사람들 모두 무스타파 사이드가 너를 자기 아내와 두 아이의 후견인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두 아이의 후견인이기는 하지만 그 여자는 자기의 의지대로 생활하는 것이며 더군다나 아버지와 오빠들이 있는데 내가 간섭하는 것은 당치도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녀는 네 말을 신뢰하는 것 같더구나. 그러니 네가 얘기하면 듣지 않겠니.”
이 고장에서는 그런 일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93쪽

외모 때문이든 아니면 다른 그 무엇 때문이든 간에 나는 무스타파 사이드의 미망인, 호스나 빈트 마흐무드를 사랑한다. 나 역시 그와 웃드 라이스,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몸체에 감염된 전염 병균에 면역이 되지는 못했다.
-111쪽

바로 그자가 여름의 몇 달 동안 아프리카를 벗어나 휴양차 로카르노 호반 근교에 있는 그의 별장에서 보냈으며, 장관 부인은 런던의 해로즈 백화점에서 생활용품을 구입하고 그것들은 특별기 편으로 그녀에게 보내지며, 또 장관이 아주 부패했고 뇌물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땅을 차지했으며, 정글에서 거의 벌거벗은 채 일하는 약자들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착취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고 그의 수행원들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어떻게 그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들은 오로지 자기네 위를 채우는 것과 물질적인 만족에만 관심이 있다. 이 세상에는 정의도 중용도 없다.
-126~127쪽

불빛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종류별로 잘 분류되어 있었다. 경제·역사·문학 서적들, 동물학, 지리학, 수학, 천문학, 대영 백과사전, 에드워드 기번, 토머스 매콜리, 토인비, 버나드 쇼 전집, 케인스, 리처드 헨리 토니, 스미스, 로빈슨, 불완전 경쟁의 경제, 홉슨의 제국주의론, 로빈슨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평론,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토머스 하디, 토마스 만, 조지 에드워드 무어, 토머스 모어, 버니지아 울프,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브라이얼리, 나미에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책들도 있고 전혀 생소한 책도 많았다. 이름조차 처음 들어 본 시인들의 시집, 고든의 일간지들, <걸리버 여행기>, 하우스먼, <프랑스 혁명사>, 토머스 칼라일, 액튼 경의 프랑스 혁명 강연집, 가죽으로 장정된 책들, 종이로 포장된 책들, 낡고 오래된 책들, 방금 인쇄소에서 나온 듯한 책들, 묘비 크기만 한 커다란 장정본들, 금테를 두른 카드 한 벌 크기의 작은 책들, 서명, 색인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책들, 의자 위에 놓여 있는 책들, 바닥에 있는 책들. 이것은 도대체 어떤 연극인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오언, 포드, 슈테판 츠바이크, 브라운, 래스키, 해즐릿,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처드, 영어판 쿠란, 영어 성경, 길버트 머레이, 플라톤, 무스타파 사이드의 <제국주의 경제학>, 무스타파 사이드의 <제국주의와 독점>, 무스타파 사이드의 <십자가와 화약>, 무스타파 사이드의 <아프리카 약탈>, 프로스페로와 칼리반, 토템과 터부, 다우티. 아랍어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143~144쪽

이제야 나는 그가 이 역할을 맡기기 위해 나를 선택했음을 깨달았다. 그가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러고는 자신의 삶 가운데 일부만을 알려 주고 내가 그 나머지 부분을 찾아 헤매도록 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붉은 밀랍으로 봉한 편지를 내게 남겨 놓아 호기심을 더욱 부풀리고, 또 두 아이의 후견인으로 나를 지목해서 더욱더 옭혀들어 빠져나올 수 없게 한 것과 밀랍의 박물관 열쇠를 내게 남겨 준 것, 이 역시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그의 이기심과 기만은 한도 끝도 없다. 이 모든 것에도 그는 역사가 자신을 불멸하게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이 우스꽝스러운 희극을 계속할 시간이 내게는 없다. 먼동이 터오기 전에 막을 내려야 하는데 시간은 이미 새벽 두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불길이 이 거짓들을 삼켜버릴 것이다.
-160~161쪽

지금, 갑자기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일었다. 나는 물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물결이 출렁이는 소리와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럴 수가. 내가 있는 곳은 남쪽과 북쪽의 중간 지점이었다. 이제는 계속해서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나는 돌아누워서 물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힘겹게 팔다리를 움직였다. 강의 파괴적인 힘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물결은 나를 굽이진 모퉁이에서 남쪽 강가로 밀어내려 한다. 오래도록 이렇게 균형을 잡고 누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얼마 안 가서 저 물결이 강바닥으로 나를 떠밀고 말 것이다.
-173쪽



◇ 목차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007
해설 검은 백인의 비극_김남일 175
옮긴이의 말 196



◇ 추천사

대추야자 나무 한 그루가 여기에 서 있는 이유는 여기서 싹이 났기 때문이다. 당연한가? 그렇지 않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이주해야만 한다. 주인공 무스타파는 식민 본국으로 이주하여 당당히 성공하지만 자신을 ‘허위’로 규정한다. 침략과 지배는 경제적으로 수탈만 해가는 게 아니다. 이 소설은 놀랍게도 그로 인한 ‘영혼의 아픔’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우리도 일찌감치 몸이 못가면 머리와 가슴만이라도 뜯어서 이주한 자들이다. 우리 뿌리 밑의 공동, 습관이 되어 아픈 줄도 모르는 아픔을 일깨워주는 걸작.
오수연(소설가)

아프리카 소년이 런던에 건너와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여성-킬러’가 된 삶과 의식 세계를 추적한 이 작품은, 그 소재와 강렬한 주제의식 때문에 서구 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았고, 특히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과 자주 비교되면서 탈식민주의 논쟁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김남일(소설가)

아랍인들과 아프리카인들의 곤경을 그린 멋진 세밀화이다. 빠르고 놀라운 산문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그 어떤 학술 서적들보다 유익하다.
《뉴욕 타임즈》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은 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의 기발한 반전이다.
《아이리시 타임즈》

‘세계문학사를 빛낸 100권의 명저’ 중 하나
《가디언》

아랍어권에서 최고의 명성을 구축한 작가가 지은 아름다운 소설
《런던 트리뷴》

현대아랍문학을 빛낸 여섯 편 중 하나
에드워드 사이드

20세기 아랍의 가장 중요한 작품
아랍학술원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피터 박스올

세계 문학 100선
노벨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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