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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호 (통권 제46호) : 특집: 이 사람 An Asian Profile
| 통권 : 2017년 | | HIT : 85 | VOTE : 9 |
계간 ASIA 2017년 가을호 (통권 제46호)
이 사람 An Asian Profile: 북한이탈주민―팔과 다리의 가격

발행일 2017년 9월 11일
값       13,000원, 376쪽
출판사 아시아
분야    문예계간지  
ISSN   1975-3500 73



◇책 소개
이번 《아시아》 46호부터 인물 스토리텔링 논픽션을 선보인다. 그 첫 번째로 소설가 장강명이 북한이탈주민 지성호를 만났다. 그가 소년 시절 겪은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에 대한 실상은 참혹하기만 하다. 올해로 강제이주 80년을 맞은 고려인의 삶을 묘사한 소설과 특집 산문을 함께 실어 그들의 삶을 되짚어 본다.

◇저자 소개

신경림, 이근배, 고형렬, 안도현, 장강명, 모스타파 라흐먼두스트, 벤 오크리, 응웬 옥 뜨 외 11명

◇목차

권두언

우려와 기대의 시간
이영광


이 사람 An Asian Profile

팔과 다리의 가격
장강명


제4회 심훈문학대상 발표  

수상소감
신경림

수상소감
―모국어, 다섯 글자에 바치다
이근배


ASIA의 시

석류 외 1편
모스타파 라흐먼두스트|이란

그를 마지막 본 것은 외 1편
고형렬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 외 1편
권혁웅

둥지巢 - 집宅 외 2편
뚸위|중국


K-포엣  

안도현 시선
안도현  

웅숭깊은 사랑의 공동체
이경수

고은은 왜 우주의 사투리를 노래하는가
김형수


K-픽션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구병모

창작노트
구병모

입장의 소설: 소설에 의한, 소설을 위한, 소설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소영현


강제이주 80주년 고려인의 삶과 소설

두려움
한 진

고려인과 1937년 강제이주 _ 특집 산문
김호준


ASIA의 소설 베트남

막막한 인간의 바다
응웬 옥 뜨|베트남


메아리

한국과 관련하여―세계화 시대 속의 문학, 문학과 문화의 신 중첩 지대
벤 오크리|나이지리아


서평

한 인문학자가 바라본 미국의 대외정책
―장순, 『미국의 한반도 개입에 대한 성찰』
박태균


아시아 통신

김사량을 찾아서, 빛을 찾아서
이경재

인도 영어 문학의 다양성, 통일성, 혼종성
이명이


번역자 약력


◇출판사 서평

이 사람 An Asian Profile: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논픽션―‘팔과 다리의 가격’
2017년 계간 《아시아》 가을호부터 ‘이 사람 An Asian Profile’이라는 제목으로 인물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북한이탈주민 지성호를 소설가 장강명이 만났다.
지성호는 1982년에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탄광마을, 학포탄광에서 태어났다. 1990년대 초부터 소년이 살던 학포탄광의 식량배급에 차질이 생겼다. 어른들은 총살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 집단농장의 종자보관소를 습격했다. 아이들은 옥수수 몇 알에 목숨을 걸었다. 1994년 초에는 청년 두 명이 집단농장의 콩을 훔친 죄로 공개총살을 당했다. 1995년에 완전히 배급이 끊겼다. 이제 ‘굶어 죽는다’는 것은 운 없는 몇몇의 문제가 아니었다.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국가관이 바뀌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 북한에서 약 33만 명이 숨진 이 대기근을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장강명 작가는 「팔과 다리의 가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잘못 없이 굶어 죽은 비극에 대해, 굶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면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그런 가운데에서도 동시에 인간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굶주림으로 신음하는 한 가족의 구체적인 표정을 통해 전달한다.

제4회 심훈문학대상에 신경림 시인, 이근배 시인 공동 수상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2017년 심훈문학대상 후보에 올랐다. 심사위원단의 논의와 고심 끝에 신경림 시인과 이근배 시인이 올해 제4회 심훈문학대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단(고은 시인, 최원식 문학평론가·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안선재 서강대 교수) 모두 한국시단의 보배이자 별인 신경림 시인과, 시와 시조를 아우르는 역량 있는 원로시인인 이근배 시인을 공동 수상자로 부족함이 없다고 의견을 일치했다.
심사위원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신경림 시인의 족적은 농민의 애환과 고달픔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정치하게 묘사한 「농무」를 시작으로, 인간의 보편적 고독과 고뇌를 탁월한 시적 감수성으로 천착해오며 한국시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공헌했다”, “이근배 시인은 전통과 현대, 한국적 한(恨)과 보편적 감수성, 그리고 서정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평생 두 세계의 화해와 통합을 추구해왔다”고 전했다.
수상자 신경림 시인은 “우리 문학은 오늘의 우리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 때만 가장 큰 감동을 주는 문학이 되고, 이 점 바로 심훈 선생의 문학정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심훈 문학은 80년이 지난 오늘도 한국문학을 관통하는 한 빛줄기 같은 것이 되고 있다는 점, 심훈문학대상을 받으면서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 좋은 글을 써서 심훈 문학정신을 빛내는 데 더 크게 기여하겠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근배 시인은 “심훈의 ‘그날’은 언제인가, 나라를 찾았어도 두 동강이 되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오늘은 아닐 것이다. 나라와 겨레가 온전한 하나가 되는 날에야 비로소 괄호 속에 꽁꽁 묶인 「그날이 오면」은 훨훨 날아오르리라, “사슬을 끊어낸 다섯 글자는 백두대간을 넘어 지구촌 가득 ‘상록수’로 무성하리라. 그 푸른 기운을 타고 나의 글쓰기도 작은 속잎 하나라도 틔워 가리라.”라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강제이주 80주년―고려인의 삶과 소설
원동(遠東·극동) 거주 고려인 18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지 올해로 80주년을 맞아, 이번 호에 고려인 작가 한진의 소설 「두려움」과 김호준 교수의 특집 산문을 실었다.
1937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자흐스탄 남쪽 시골인 크질오르다로 강제 이주해 온 소설 「두려움」 속 이 선생은 조선사범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찍 수업을 마친 어느 날, 바깥은 얼어붙고 눈보라가 몰아치며 집에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교무실의 따뜻한 난로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 그때 교무실 안으로 구운 사과처럼 주름이 진 늙수그레한 학장 비서가 들어와 속삭이는 말투로 학장이 그를 부른다고 알린다. 학장이 개인적으로 호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그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 아닌지, 최근 몇 달간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본다. 새로 부임한 학장은 사십 대로 한인이 아니었다. 이 선생은 학장실로 가서 학장을 만난다. 그리고 학장으로부터 선생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과 선동에 해당하는 모든 언동들을 자신에게 솔직하고 신속하게 보고할 것을, 진정한 소비에트 인은 애국자답게 행동해야 되며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적들이 있고 이걸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명령을 듣게 된다.
「두려움」은 80년 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된 한인들의 아픈 삶과 체제의 가혹한 박해를, 모국어의 금지와 보존이라는 갈등을 축으로 하여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묘사한 역작이다. 일소관계의 악화로 인한 이 강제 이주가, 국가 테러리즘의 대표적 사례였다는 김호준 교수의 글을 배경에 두고 읽으면, 억압과 저항의 서사에 깃든 리얼리티를 더 생생히 느끼게 될 것이다.

K-포엣: ‘안도현 시선詩選’ 9편의 영역본과 해설 ‘웅숭깊은 사랑의 공동체’
<K-포엣>은 아시아 출판사의 지난 10년간 한영대역의 노력이 맺은 새로운 결실이다. 첫 번째 한국 대표 시인으로 고은 시선을 선보였고, 이번 호에서 두 번째로 안도현 시인의 자선 대표시 영역본과 해설을 선보인다. 안도현 시인은 약관의 나이에 시단에 나와 십여 권의 시집을 상재한 중견 시인이다. 전통 서정에 뿌리를 두고 일상과 자연, 사회 현실을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내어 시단과 독자들의 지지를 두루 얻고 있다. 해설을 쓴 평론가 이경수는 그의 시세계를 “사랑의 공동체”로 요약하는데, 이때의 사랑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역사와 현실에 닿고, 자연과의 유비를 애용하며, 아이의 시선과 통일 지향의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포를 거느리고 있다고 본다. 한편 지난 호 <K-포엣>의 고은 시에 대한 해설을 이번 호에 싣는다. 김형수의 글은, 고은의 예측 불가능한 상상적 변신과 파격적 행보를 진리나 도덕 이전의 “생명의 황홀”로 설명한다. 광대하되 무변하지 않은 고은의 시세계가 그의 설명에 쉬 포섭되지 않듯이, 이 글 또한 촘촘하고 수려하여 손쉬운 요약을 벗어난다.

ASIA의 시: 이란의 ‘모스타파 라흐먼두스트’, 중국의 ‘뚸위’, 한국 시인 고형렬, 권혁웅의 시 수록
가을호 <ASIA의 시>는 아시아 각국의 중진 시인들의 노작들로 구성하였다. 한국의 두 시인 고형렬과 권혁웅, 그리고 중국 시인 뚸위와 이란 시인 모스타파 라흐먼두스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고형렬의 시는 시간과 공간의 해체적 연결, “그”와 “해수관음”과 “흰구름”과 “북경인” 등의 낯선 이미지 배열을 통해, 어떤 탈골된 문맥 속에서야 얼굴을 비치는 존재의 형상과 무한의 흔적들을 드러낸다. 권혁웅의 시편들은 서정과 풍자를 능숙하게 오간다. 전매특허인 말놀이를 만능 붓 삼아 일필휘지 하는데, 알레고리적 문맥에 아이러니의 기법이 어울려 매서운 바람이 인다. 뚸위의 시는 자연과의 대비를 통해 인간 삶의 공허를 응시하기도 하고, 두려운 욕망과 시인의 윤리를 날카롭게 견주는가 하면, 세대의 이어짐과 예상 밖의 어긋남들을 골똘히 짚어 나가기도 한다. 모스타파 라흐먼두스트는 다재다능한 시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편은 동시풍이니만큼 맑고 소박하나, 문면에 스며나는 종교적 발상에는 평범한 외양 이상의 깊이가 느껴진다.

ASIA의 소설: 베트남의 응웬 옥 뜨의 소설 막막한 인간의 바다  
<ASIA의 소설>에는 한 주변인 “예술가”의 고독한 내면을 소묘한 베트남 작가 응웬 옥 뜨의 「막막한 인간의 바다」를 수록했다. 불륜으로 태어난 젊은 악사 피와 불행한 이별의 기억을 안고 사는 사우 노인과의 내적 교감을 바탕으로, 정주의 꿈과 방랑의 괴로움을 서정적 터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우수에 젖어 있는 예술적 보헤미안의 초상을 만나볼 수 있다.

*해외 독자와 동시에 즐기는 K-픽션 제19권: 구병모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선정
*메아리: 『굶주린 길』로 국내에 알려진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작가 벤 오크리의 영문 에세이 「한국과 관련하여―세계화 시대 속의 문학, 문학과 문화의 신 중첩 지대」  수록.
*장순 교수의 『미국의 한반도 개입에 대한 성찰』에 대한 박태균 교수의 서평  
*ASIA 통신: 김사량의 도쿄 행적을 추체험하고 작품 「빛 속으로」을 분석한 이경재의 답사 보고 / 인도 영어의 혼종성 분석에서 출발하여 민족주의, 디아스포라 문학, 소외계층의 문학 등의 계열로 인도 영어문학의 역사적 다양성을 세심히 정돈한 이명이의 산문 수록.    

◇책 속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는 누가 굶어 죽었다더라, 누구도 굶어 죽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뿐이었다. 이제 이웃이 죽어도 문상을 가지 않았다.
죽음을 앞두게 되자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입이 더 거칠어졌다. 특히 나이 든 여자들이 독해졌다.
아직 배급소에는 식량이 있었다. 상부에서 언제까지는 곡물을 나눠주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었다. 할머니들이 그 앞으로 몰려가 농성했다. 할머니들은 아무도 하지 못하는 말을 당당하게 했다.
왜정 때도 이렇게 먹을 게 없지는 않았다, 태평양전쟁 때도 먹을 건 줬다, 6·25 전쟁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쥐들은 그 안에 있는 곡식을 훔쳐 먹는데 사람은 쥐만도 못하단 말이냐……. 할머니들은 나뭇가지처럼 마른 팔과 다리를 흔들며 악을 썼다.
그래도 배급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장강명, 「팔과 다리의 가격」, 77~78쪽

이 소설은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는 한 영원히 일도양단되지 않는 질문과 그로 인한 혼란의 부산물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므로 결과물 아닌 부산물이라 쓴다. 혼란이라는 두 글자를 함께 적었으나 보는 이에 따라 변명 내지는 자기합리화로 읽히기도 할 것이다.
인간사는 디즈니풍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며 소설은 기계가 아닌 생물이어서 내가 수습할 수 없는 어떤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그곳이 대다수의 정직하고 선량하며 공평무사한 구성원들이 원하는 바로 거기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세계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근엄해지고 어디까지 올발라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내 소설이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는 예감뿐이다.
―구병모, 「창작 노트」, 233쪽

  화부는 꼬마의 귀를 잡아끌며 나갔다. 나가면서 발부리에 부딪히는 책들을 발로 찼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이 선생은 두려움과 자신의 대담함에 숨이 찬 듯 헉헉거리며 책들을 모았다. 그는 순식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웠다. 우선 의심받지 않는 곳으로 책을 옮기고 여기서는 커다란 장작불을 피워 태우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그는 화부가 돌아오기 전에 책 한 권이라도 더 옮겨 놓기로 작정했다. 다행히도 실습실 열쇠가 그의 외투 주머니에 있었다. 그는 서둘러 두 팔로 책을 잔뜩 안고 자신의 구상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우선 연대가 가장 오래된 책들부터 옮기고 그다음에는 현대서적들을 옮겨 놓는 것이었다. 책 더미가 천천히 줄어드는 바람에 그는 노심초사했다. 바로 지금 화부가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한 진, 「두려움」, 266쪽

사우 대오 노인은 복권을 팔았다. 저녁에 식당에서 피와 마주치기도 했다. 궁금한 것은 노인이 왜 신발을 말리면서 비에 젖게 두는지, 음식물을 제대로 덮지 않아서 고양이가 생선튀김을 다 먹게 하는지, 그리고 생선 대가리를 물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게 하는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피가 노래를 부를 때면 언제나 노인은 선 자세로 그가 하는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박수를 친 다음, 팁을 주었다. 두 손가락 사이에 지폐를 껴서 그의 눈앞에 흔들어대는 방식이 아니라, 노인은 겸손하게 주머니에서 2천 동짜리 지폐를 꺼내 피의 주머니에 넣고 주머니 단추를 조심스레 닫아주었다. 예술가를 존중하는 정중한 모습이었다.
―응웬 옥 뜨, 「막막한 인간의 바다」,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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