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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베스트셀러 작가 백남룡의 출세작 <60년 후>
| 통권 : 2018년 | | HIT : 118 | VOTE : 21 |
“나는 바로 이런 소설들이 남녘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소설가 황석영
  
소설가 황석영은 북한의 대표작가 백남룡의 소설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분단시대 작가로서 내가 북녘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나는 그곳에서 백남룡을 만났다. 그는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젊은 청춘남녀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작가의 소중함은 북한 인민들의 ‘삶’을 매우 자상하게 다루고 있으며, 아울러 노동과 생활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살아 생동하게 만드는 능숙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바로 이런 소설들이 남녘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최고 엘리트를 배출하는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백남룡이 이처럼 서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60년 후』를 쓸 수 있었던 것은 10년 동안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노동자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에 들어가 소설가가 된
백남룡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뛰어난 소설 『60년 후』
  
백남룡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들어간 ‘직통생’들과 달리 열여덟 살 때부터 스물여덟 살이 될 때까지 10년간 장자강기계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장자강기계공장은 북한에서도 춥기로 유명한 자강도의 압록강 인접지역에 있다. 겨울이면 살을 에는 그 공장에서 그는 열 번의 겨울을 보내며 인생을 배웠다.
공장에서 여러 해를 보낸 적이 있는 소설가 방현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노동자로 일했다.’는 한 줄의 이력에 담긴 백남룡의 10년이 지닌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들에게는 늘 힘들고 자주 쓰라리고 아주 가끔 따뜻한 곳이 공장이다. 공장에서는 누구나 관념이 아닌 육체로 살아낼 수밖에 없다. 육체생활만큼 인간을 정직하게 표현하도록 만드는 것은 없다. 그도 그 공장에서 자기 몫의 상처와 희망을 감당하고 표현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그의 소설적 육체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백남룡의 소설 『60년 후』에서 육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때로 미운 짓을 하지만 결코 끝내 용서하지 못할 괴물이 되지는 않는다. 백남룡이 소설을 배운 곳은 김일성종합대학일지 모르지만 인간을 배운 곳은 분명 장자강기계공장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다룬 백남룡의 출세작 『60년 후』
- 참된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60년 후』는 1985년에 발표된 북한의 대표작가 백남룡의 출세작이다. 북한 사람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60년 후』는 북한 독자들에게 엄청난 열광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소설은 퇴장하는 혁명 1세대의 회한과 분노, 그 뒤를 이어갈 혁명 2세대의 방황과 도전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하며 전개된다. 해임통보를 받은 최현필 지배인이 1세대를, 공장의 2인자인 마진호 부기사장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2세대를, 최정민(최현필의 아들)과 마진옥(마진호의 여동생) 커플은 도전하는 2세대를 대표한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소설의 표지의 곰처럼 평생 일만 하고 살아온 최현필 지배인은 해임통보를 받고 나서야 지나온 자신의 60년의 인생을 회한에 차서 되돌아본다.

년로(연로)한 최현필은 지배인 자리를 내놓게 된 것이다. 삼십 년 동안이나 혈관 속의 피처럼 그의 몸을 후덥게 해주고 삶의 의의를 잊지 않게 해주던 지배인이란 귀중한 부름을 더 들을 수 없게 되였다.
세월의 흐름과 자신의 늙음을 뚜렷이 인식하고서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일이였건만 정작 당하고 보니 갑자기 보람차던 생각이 끝나버린 듯 서글퍼졌다. 사람이 공기 속에서 살듯이 공장에 관한 크고 작은 일들의 련쇄(연쇄) 속에서 살던 그의 머리는 텅 비고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인제는 공장과 수백 명 로동자들 대신 늙은 안해(아내)와 아들만을 거느린 단출하고 적적한 생활이 앞에 있는 것이다.
최현필은 자기도 채양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강녘에 쭈그리고 앉아 낚시대(낚싯대)를 드리우고서 한가로이 여생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여지는 듯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자신을 원망할 수도 없다. 푸른 싹이 고목으로 되는 것은 세월과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본문 중에서)
  
상황은 설상가상이다. 당에서 해임통보를 받고 돌아온 공장에서 최현필이 아들처럼 아끼고 이끌어준 부기사장 마진호가 그의 뜻을 거역한다. 심지어는 미안한 표정조차 없이 자기 외아들 정민의 사랑까지 가로막는 마진호를 보며 최현필은 발등을 찍은 심정이다.
백남룡은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는 막다른 길목에 최현필을 세워두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의 아내가 ‘잔등에 얼음을 지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원망하는 냉정한 그 사람이 실은 얼마나 여리고 따뜻한지 백남룡은 섬세한 필치로 추적해나간다.
‘참된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 단순하고도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백남룡은 진옥과 정민의 선택을 통해 찾아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퇴장하는 1세대의 걱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2세대의 서로 마주잡은 손끝을 바라보며 작가는 되묻는다. 당신은 누구와 더불어 어떻게 한 생을 살아가려고 하는가?
  
자신이 떠나온 곳에 남아 사랑을 지키고 가꾸어가는 벗들을 향한 헌사 『60년 후』
백남룡이 바치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의리

『60년 후』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의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 자체가 자신에게 인생을 가르쳐준 공장의 옛 벗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60년 후』는 더 큰 대중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 『벗』에게 ‘백남룡의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양보하지 못한다. 자신의 육체를 떠난 인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60년 후』는 작가가 된 백남룡이 자신에게 인생을 가르쳐준 공장의 옛 벗들에게 바치는 헌사에 다름 아니다. 작가가 떠나온 그 자리에 남아 순수한 사랑을 지켜가는 정민과 진옥들을 향한 우정이 소설의 행간들마다 깊이 스며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자신의 문학적 육체를 만들어준 20대 청춘에 바치는 백남룡의 헌사일지도 모른다.”(소설가 방현석의 발문 중에서)
  
『60년 후』를 읽는 즐거움과 유익함
아름다운 모국어와 선량한 서민들의 마음 씀씀이
  
백남룡은 이 소설을 통해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을 제거하고 어떻게 서로가 인간으로 만나야 하는가를 역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인간의 노력에 따뜻한 시선을 쏟아 붓고 있다. 『60년 후』를 읽는 즐거움은 오랫동안 북한과 벽을 쌓고 지내온 우리에게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북한 서민들의 순박한 마음 씀씀이뿐만 아니다. 아름다운 모국어를 한껏 확장시키는 백남룡의 솜씨와 일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력은 백남룡이 왜 북의 대표 작가인지를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남룡이 구사하는 다채로운 어휘와 문장은 아름다운 모국어의 비경이다. 북에서만 쓰는 단어나 남에서는 사전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어들을 그는 마술처럼 복원시켜내고 있다. 깨찌벌레(개똥벌레), 가시어머니(장모), 낮가림(체면치레), 엄지(짐승의 어미)... 이런 어휘들이 만나 곳곳에서 문장의 향연을 이룬다.
소설 어느 페지(페이지)를 펼쳐도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북쪽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 학습서보다도 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남쪽 사람들의 생각과 더러 다르지만 대부분은 너무나 흡사한 문제로 고민하며 살아가는 북쪽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미소 짓게 만든다.
순박하고 선량한 북쪽 서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던져주는 따뜻한 위로는 어떤 외국문학도 해주지 못한 역할이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물놀이장을 만들어주기 위한 무상 노역에 기꺼이 나서는 사람들, 너무 많이 와서 학부모가 아닌 사람은 돌아가라고 해도 앞으로 자기 아이들이 다니게 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는 총각들의 농담으로 일요일의 유치원은 시끌벅적하다. 유치원 아이 둘이 들고 온 앵두 바구니가 마당을 한 바퀴 다 돌아도 앵두가 줄어들지 않는 풍경을 이제 다른 어디에서 볼 수 있을 것인가. 이 풍경을 촌스럽다고 말하면 세련된 사람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길가에 핀 꽃들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경탄할 줄 아는 사람을 촌스럽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세련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야 채우게 되는 아시아 문학의 빈칸, 북한문학선
  
지난 12년에 걸쳐 ‘아시아의 내면적 교류’를 지향하며 문예지 《아시아》, ‘아시아 클래식’ 시리즈와 ‘아시아 문학선’을 꾸준히 발간해온 아시아 출판사는 그간 빈칸으로 남겨두었던 북한의 대표소설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아시아 문학선 16권과 17권으로 북한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과 『60년 후』를, 18권과 19권으로 남대현 작가의 『청춘송가 1, 2』를 차례로 선보인다. 그리고 20권으로는 『북한단편소설선』이 출간된다.
백남룡의 생체험이 진하게 배여 있는 이 소설 『60년 후』를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벗』과 함께 꼭 한 번 읽어보고, 주변의 이웃들에게도 권해주기를 바란다. 분단된 남과 북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하나의 민족임을 우리의 모국어가 충분히 안내할 것이다.
  
□ 차례
  
60년 후
발문_작가 백남룡의 의리와 그의 벗들(방현석)
단어 표기와 뜻풀이
  
□ 지은이 소개
  
백남룡
1949년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66년부터 10년간 장자강기계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였다. 그 후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조선문학》지에 단편 「복무자들」을 발표하면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 지금까지 대표작 『벗』, 『60년 후』 등을 비롯해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벗』은 북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된 파리에서도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겨레말 소설이 되었다.
  
□ 책 속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자리를 지킬 줄도 알아야지만 때가 되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최현필은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최현필은 서리 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며 호방스레 생각했으나 허전하고 울적한 기분은 가실 수 없었다. 반시간 전에 있었던 해임 담화를 영 없었던 일로, 아주 잊어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_p. 10
  
최현필은 대뜸 유치원에서 도망친 장난군(장난꾸러기)들이란 것을 알았다.
아이들한테로 다가간 그는 소문난 ‘자유주의 분자(조직과 규율을 싫어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인 부기사장의 아들 은철이와 기관장의 딸 순애를 알아보았다.
‘둘 사이가 아주 자별(각별)하거던. 하긴 저 애들이야 탁아소 시절부터 ‘우정’을 맺은 셈이지.’
“허- 이 밤톨 같은 녀석아! 그러다 고기한테 먹히울라(먹힐라).”
_p. 113
  
승열이가 창문가에 선 진옥을 알아보고 동무들의 어깨를 쥐여 당겼다.
“나가자구…”
승열이가 눈을 끔쩍하는 걸 먼저 알아챈 것은 원국이었다. 긴 쏘파가 휘여들가봐선지 한쪽에 조금 엉뎅이를 붙였던 그는 못처럼 솟아 일어섰다.
“어서들 나가자구.”
“아니, 제발 이러지들 말라구. 승열이, 원국이!…”
정민은 쏘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내저었다.
당황해난(당황한)진옥은 원탁에서 가방을 집어들며 나가려고 했다.
_p. 128
  
최현필 지배인은 그리고 나서 바구니를 다음 사람에게 밀었다. 사람들의 손이 새를 잡는 듯이 조심스럽게 바구니 안에 들어갔다. 저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을 처음 먹어본다는 듯 아이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바구니는 그렇게 온 유치원 마당 안을 돌아 지배인 곁에 다시 왔다. 바구니 안에는 앵두가 여전히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은철이와 순애는 안타까움에 그만 눈물이 글썽해졌다. 최현필은 아이들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고는 타이르듯 말했다.
“어찌겠니 얘들아, 모두 먹고도 이렇게 남은 걸… 나삐 생각지 말아라.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너희들을 위해 사는 거란다.”
아이들의 거울같이 맑은 눈동자에는 최현필 지배인의 주름 가득한 애정 넘친 얼굴이… 푸른 희망과 간절한 소원이 어린 모습이 비껴 초롱초롱 빛났다.
_p. 235
  
어째서!… 어째서 자식들을 어려운 일터에 보내지 않으려 하고 시집 장가보내려면 사람됨을 보는 게 아니라 직위와 명예를 먼저 타산하는가?… 어째서 수십 년간을 자기의 모든 정력과 재능을 아낌없이 바쳐 살아온 사람들이 자식 문제만은 가슴에 손을 대보지 않고 처리하는가?…
_p.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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