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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인 비극적 삶...문제적 아랍소설의 백미(2014.8.8, 한국일보)
 ASIA    | 2014·08·26 17:42 | HIT : 2,348 | VOTE : 587 |
런던서 학자로 성공한 흑인 주인공, 백인 여성들 유혹 자살로 몰아

그러나 그가 죽고 열린 비밀 방엔 아랍어 책 대신 영어 책만 가득

백인도 흑인도 아닌 고통 고스란히

수단 작가 타예브 살리흐(1929-2009)의 장편소설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아랍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작가 100명을 대상으로 노벨연구소와 북쿨럽스가 선정한 세계문학 100선에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지다’와 함께 이름을 올린 단 두 편뿐인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이며 오리엔탈리즘으로 탈식민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놓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현대아랍문학을 빛낸 여섯 편의 작품’ 중 하나로 거론한 소설이기도 하다. 2003년 영국 가디언지도 이 작품을 ‘세계 문학사를 빛낸 100권의 명저’ 중 하나로 선정했다.

1966년 씌어진 이 소설은 자기해부를 통해 ‘식민주의 심리학’을 통렬하게 파헤친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섬세하고도 격정적으로 서사화한 작품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이 소설이 흔히 예견되듯 단순하고도 경직된 이론의 서사화는 아니다. 잘 씌어진 모든 소설이 그렇듯 이 작품 또한 핍진함과 생동감으로 이론을 능가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검은 영국인’으로 불리는 무스타파 사이드라는 사내.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는 천재였던 그는 장학생으로 유럽에 유학을 간 최초의 수단인이자, 보헤미안계 여성들의 환심을 샀던 아주 잘생긴 흑인으로서 유럽여성과 결혼한 최초의 수단인이기도 하다. 수단 촌구석에서 홀어머니의 아들로 길거리를 전전하던 무스타파는 영국 식민제국의 교육정책을 거부하는 부모들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최초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통해 제도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학습에 천부적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 무스타파는 12세에 이집트 카이로로, 15세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저명한 경제학자로 런던에 자리를 잡지만, 어느 것에서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그의 차가운 우물 같은 심성은 그를 유럽의 여성들을 유혹하고 정복한 후 폐기하는 호색한으로 전락시킨다. 자신을 “한 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활을 쥐고 사자와 코끼리를 사냥하는 태초의 벌거벗은 인간”이자 “원시의 생명력”의 상징인 동시에 검은 백인 ‘오셀로’로 추앙하는 유럽의 백인여성들이 무스타파에게는 기이하고 어리석어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지 적도 부근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어떤 미친 사람들은 노예 취급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신으로 섬기다니.” 무스타파는 공공연히 말한다. “나는 정복자로서 왔소.” 그 정복으로 인해 무스타파는 두 명의 처녀를 자살케 했고, 한 명의 유부녀를 파멸로 몰아넣었으며, 자기 아내를 살해하는 파국에 이르고 만다.

소설은 액자식 구조로 되어 있다. 아내를 살해한 후 7년간 복역한 무스타파는 세계 곳곳을 떠돌다 소설의 화자인 ‘나’의 고향 마을에 자리를 잡고 결혼해 두 아이까지 낳는다. 영국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고향 수단으로 돌아온 ‘나’는 술에 취해 영어로 시를 읊는 무스타파의 모습에 놀라 가까워지고, 자신이 죽게 되면 가족의 후견인이 되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비밀의 방’ 열쇠를 무스타파로부터 받는다. 자살인지 익사인지 묘연한 무스타파의 죽음 이후 ‘나’는 그 비밀의 방에 들어가고, 세상의 거의 모든 책이 있는 그곳에서 무스파타의 일기와 기록들을 통해 그의 삶을 충격 속에서 재구성하게 된다.

무스타파의 여성편력은 심리의 심층 기저에서는 유럽의 아프리카 침략에 대한 반격이지만, 그의 정체성은 식민제국의 교육제도에 편입되는 순간 ‘검은 백인’으로 왜곡되고 있었다. 그의 ‘비밀의 방’에는 단 한 권도 아랍어 책이 없었다. 의식의 균열은 불가피했다. 무스타파는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내 삶을 가득 메우고 있던 허위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메마른 사막입니다. 나는 오셀로가 아니에요. 나는 사기꾼입니다. 나를 교수형에 처해서 그 허위를 죽여 주십시오!”

주변부 국가들의 작품들로 세계문학사를 새로이 편집하려는 ‘아시아 문학선’의 여섯 번째 책으로, 타예브 살리흐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원문 보기: http://www.hankookilbo.com/v/fa7a8565c8694bc08b2805a1df6672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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