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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콰지모도, 꼽추의 아름다운 '비상' [프레시안 2011.06.10]
 ASIA    | 2011·06·13 11:49 | HIT : 4,582 | VOTE : 1,396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610153315
자신의 재능을 썩히면 안 된다는 말을 할 때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를 예로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인이 길을 떠날 때 한 종에게는 10달란트를 주고 다른 종에게는 5달란트를 주고 또 다른 종에게는 1달란트를 주었다. 주인이 돌아왔을 때 10달란트 받은 종과 5달란트 받은 종은 두 배로 늘려 칭찬을 받지만 1달란트 받은 종은 땅에 묻었다가 그대로 가져와 크게 야단을 맞고 그 1달란트마저 빼앗기고 만다는 이야기.

사람들은 이 '달란트의 비유'를 들어 크건 작건 자신이 지닌 능력을 썩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이 '달란트' 이야기는 내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어째서 그 주인은 종들에게 달란트를 똑같이 배분하지 않았을까? 어째서 이 이야기는 10달란트나 5달란트 받은 종이 아니라 1달란트 받은 종이 그 달란트를 땅에 묻게 하여 야단을 맞게 했을까? 어째서 성경에 나오는 다른 얘기들은 모두 약자를 위로하고 돌보는데 유독 이 이야기만은 약자를 벼락같이 호통 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확 풀렸다. 수많은 애벌레 기둥들 사이를 유유히 나는 '수나'의 노란 날개를 보는 순간.


▲ <하늘까지 75센티미터>(안학수 지음, 아시아 펴냄). ⓒ아시아  

<하늘까지 75센티미터>는 동시집 <낙지네 개흙 잔치>(윤봉선 그림, 창비 펴냄), <부슬비 내리던 장날>(정지혜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펴냄)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는 시인 안학수(소설 속의 수나)의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늘 배가 고팠던 여섯 살 수나는 친구 형 몫의 옥수수를 지범거리다 그 형의 발길질에 걷어 채여 척추를 다친다. 어린 마음에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기를 여러 달, 수나는 치료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앉지도 걷지도 못하고 등뼈까지 굽어버린 꼽추가 되고 만다. 열 살 때 기적처럼 다시 걷게 되지만, 자라목에 꼽추가 되어버린 아이 앞의 세상은 내딛는 걸음마다 가시밭길이었다.

"헉!"

수나는 갑자기 등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온몸이 감전되는 듯 찌르르했다. 딱딱한 돌 같은 것에 맞은 것 같았다.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두 다리에 감각이 없다. 도로 마비된 것 같아 겁났다. 선생님은 수나가 쓰러진 줄도 모르고 수업을 계속 했다. 다른 아이들도 수나를 본숭만숭했다. 수나는 이를 물고 눈물을 참았다. 앉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간신히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깽두였다.

(…)

"빨랑 일어나 이 새꺄, 선생 보라구 엄살 떠냐? 꼽새 새꺄?"

옆에 선 아이 몇이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깽두의 눈치를 보며 수나를 돕지 않았다. 선생님이 줄을 정리하다 말고 주저앉은 수나를 보았다.

"윤수나! 어서 일어나지 못하니? 자자, 모두 줄 맞춰서 따라와."

선생님은 아이들을 이끌고 자리를 이동했다. 깽두와 아이들이 수나를 툭툭 차며 지나갔다. 한참 가다가 선생님이 뒤돌아서서 소리쳤다.

"윤수나! 뭣해? 어서 안 일어날 거냐? 엉?"

선생님은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 수나는 일어나 보려고 버르적거렸다.

"조경두가 등을 때려서……."

울먹이며 변명을 했는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임마! 친구한테 한 대 맞았다고 주저앉아 그 짓이 뭐냐? 어서 일어나!"

선생님은 엄살 부리는 아이는 질색이라는 듯 소리쳤다. 수나는 다시 한 번 버르적거렸다. 선생님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좋아! 쫓아오든지 말든지……. 자, 다들 어서 걸어."

선생님은 수나를 그냥 두고 아이들을 이끌며 뒷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랬다. 아이들은 일어서려 버르적거리는 수나를 보았지만 발로 툭툭 차며 지나가고 선생님마저도 쫓아오든지 말든지 아이를 버려 둔 채 떠나버렸다.

늘 멸시 당하고 혼자였던 수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억울하고 분하여 도끼로 모두 다 죽이겠다며 절규하기도 하고, 아주까리기름을 병째로 들이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 수나가 있어 어떤 일이든 두렵지 않고 수나가 있어 살 이유가 있다는 엄마를 생각하며 수나는 다시 일어난다.

이 작품은 박상률의 지적처럼 지은이가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바람에 소설이면서도 수기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나 소설이면 어떻고 수기면 어떻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 작품 전편에 흐르는, 너무도 치열하고 순결한 '진정성'이다. 이러한 진정성은 우리의 영혼에 불을 지르고 심장을 뒤흔들어 놓기 마련 아닌가.

수나가 버르적거리며 한 굽이 또 한 굽이 가시밭 산길을 넘을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그가 시를 발견했을 때, 한 마리 나비를 보는 듯했다. 트리나 폴러스의 노란 나비보다 더 아름다운 나비가 애벌레 기둥인 우리들 머리 위를 유유히 날고 있었다.

아, 애초에, 모두에게 같은 달란트를 주어야 할 까닭도, 1달란트를 받았다고 땅에 묻어야 할 까닭도 없었던 것이다. 수나는 2배가 아니라 100배 1000배로 빛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종이 자신의 달란트를 땅에 묻어버렸을 때 벼락처럼 호통 치지 않을 주인이 어디 있겠는가!

글자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더 많이 외롭고 더 많이 아픈 사람들에게 더욱 권하고 싶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몰라 방황하는 어린 나의 제자들과 함께 읽고 길게 얘기 나누고 싶다.



/백화현 봉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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