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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적절한 균형 [매일경제 2009.11.27]
 ASIA    | 2009·11·27 15:10 | HIT : 3,032 | VOTE : 523 |

매일경제 기사 원문 보기(클릭)

14년 전에 한 번, 9년 전에 다시 한 번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첫 번째는 불교 성지를 순례하는 단체여행으로 20일 동안 북인도를 헤맸는데 그때 못다 푼 숙제 같은 의문이 있어 배낭을 들춰 메고 한 달 일정으로 두 번째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뭄바이에서 바라나시까지 28시간을 열차 삼등칸에서 입석으로 실려 가며, 갠지스 강변 화장터에서 일주일 동안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델리 영화관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힌디어에 넋을 놓고 입안이 얼얼해지도록 `빤`을 씹으며, 나는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질문들에 시달렸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이토록 사람 삶을 고단하고, 벅차고, 열렬하게 만드는가? "

명상 서적에 흔히 등장하는 수행자 천국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잔존해 있는 가혹한 신분제도, 핵무기로 상징되는 국가주의, 종교적 분열, 대저택에서 하인을 거느리며 사는 부자들과 거리에서 노숙하고 구걸하며 살아가는 빈자들 간 격차가 어마어마한 삶의 지독한 모순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던 것이었다.

고통스러운 삶의 환부가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그곳에 다녀온 이들은 대개 두 패로 갈린다. 노골적인 삶을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려 하는 사람과 차라리 고개 돌려 외면하고픈 사람.

내게 해답 없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던 인도를 영연방 작가상 수상자인 로힌턴 미스트리 소설 `적절한 균형(A Fine Balance)`에서 다시 만나며,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사람과 삶의 수수께끼를 확인한다.

전근대적 신분제도에 얽매인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며 증오를 쌓는다. 조금이라도 더 동냥하기 위해 신체를 훼손하는 걸인 조직이 있는가 하면 신부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녀들이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극에 짐짓 책을 덮어버리고 눈을 감아 모르쇠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진실은 때로, 어쩌면 자주 불편할 수밖에 없다. 소설에 인용된 시인 T S 엘리엇 말대로 "우리는 너무 많은 진실을 견디어 낼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인디라 간디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 체제하의 1970년대 중후반 인도를 몰랐을 것이다. 야만적인 국가권력과 불화하는 가운데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개인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문사를 당한 학생운동가, 철거되는 빈민굴 판잣집, 마구잡이로 불임수술을 강요하는 관리의 폭압까지 파란만장한 인도 현대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내가 만났지만 알지 못했던 인도인들 맨얼굴이 말갛게 드러난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20세기부터 대물림한 뜨거운 질문들이 고스란히 펼쳐지는 것이다.

세계화는 단순히 국가 브랜드 경쟁력 지수를 높이자는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타자의 고통은 우리 환부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들고, 역사는 과거의 거울로 현재를 비춘다. 책 제목처럼 21세기 초입에서 과연 `적절한 균형`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개인과 역사, 개인과 국가, 개인과 조직, 과거 역사와 현재 역사, 구세대와 신세대, 성장과 분배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란?

어쩌면 그 질문은 너무 어려워 영영 해답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처받아 너덜너덜해진 소설 속 인물이 묻는다. "그러면 희망이 없다는 건가요?" 그에 대해 지혜로운 누군가가 답한다. "희망이야 항상 있죠. 우리의 절망에 균형을 맞출 만큼 충분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끝장이죠." 희망과 절망 사이에 `적절한 균형`은 이미 이루어져왔고 이루어질 것이다. 그 균형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휘청거리는 세상을 살다 때로 사람의 숲에서 길을 잃어도 한 가지만은 잊지 말기로 다짐한다. 희망으로 절망을 견디는 위태롭지만 끈질긴 균형감각을.

[김별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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