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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석, 소설 김근태…'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뉴시스(2012-11-26 )
 ASIA    | 2012·11·27 13:42 | HIT : 4,352 | VOTE : 1,296 |
방현석, 소설 김근태…'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스스로 눈물이 나지 않는 이야기는 쓰지 않지만, 이번 소설은 특히 울면서 썼어요. 위엄을 가진 인물을 통해 우리 시대를 돌아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정치인 김근태(1947~2011)의 삶을 다룬 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를 펴낸 작가 방현석(51)씨는 26일 김근태를 "폼 잡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군부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김근태는 제15~17대 국회의원, 노무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등을 지냈다.

김근태가 1인칭인 이 소설은 김근태의 정치적 활동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다룬다. 교사의 닭장에서 달걀을 훔쳐내 고구마과자를 사먹다 아버지에게 들켜 벌을 서는 등 개구쟁이 유년기와 학창 시절의 모습, 대학생이 된 후 역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계기 등을 다룬다.

생전의 고인과 절친했던 방씨는 "어렵게 산 분이라 그 삶 속에서 서민적인 팩트 한 두 개만 불러내면 (다른 정치인들과) 게임이 안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기의 그런 부분을 판다는 것을 천박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부인 인재근 의원(59·민주통합당)은 "폼 잡았다기보다는 품위를 지킨 정치인이었다"며 웃었다. "저도 정치인이 돼 보니까 눈 앞에서 이익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분은 그런 부분에 흔들리지 않았어요."

방씨는 김근태의 문학적 감식안이 높았다고 증언했다. "아마 살아계셨으면 이것을 소설이라고 썼느냐고 할 수도 있어요. 허허허. 1990년대 우리 문학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적도 있습니다. 나태와 지루함, 진부함에 대해, 문학의 무책임에 대해 말예요. 요즘 소설은 읽기가 힘들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문학을 읽었고 독자적인 감수성과 판단을 가지고 있던 분이지요. 그 때문에 글을 쓰면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가능하면 문체는 김근태가 쓰는 문장, 말투를 따라가려고 했다. "김근태라는 사람이 제일 화냈을 때 내뱉는 제일 큰 욕이 '저 사람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구나'예요. 자신이 한 말이 미칠 영향에 대해 숙고하는 사람이죠."

이런 김근태의 성향 때문에 김근태와 대척점에 있던 안기부와 박정희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충분히 생각해보고자 했다. "그들에게 인격을 부여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것이 김근태라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죠. 감정적으로 이념적으로 '왜 그 사람은 그런 길을 걸었을까'라고 생각하며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방씨는 김근태와 관련된 수십명을 만나 객관적인 자료를 조사, 취합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형식과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의 우리 문학이 독자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고민을 했죠. 지금 문학은 너무나 편향돼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저를 비롯한 일군의 작가들의 책임이 큽니다. 한 스타일만 전면화되는 것은 그런 부류를 쓰는 작가들의 책임이 아니에요. 인간의 내면과 현실의 질감이 문학을 통해 어떻게 확대돼야 하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작가들이 그렇게 못하는 무능력 때문이죠."

방씨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를 쓰면서 픽션과 논픽션,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다.

"사실 뒤에 있는 진실을 최대한 드러내고자 했어요. 사실로 허구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그래서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허구는 사실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도 좀 더 실감을 전달하기 위한 미학적인 구조죠. 이 책을 통해 그런 부분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에요. 진실을 담보하기 위해 허구로 쓴 부분이 진실의 범위를 벗어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픽션은 논픽션의 반대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논픽션은 사실이지만 감동이 완벽하지 않아요. 논픽션의 감동을 위해 허구를 동원하는 것이 픽션이죠. 허구라는 것이 사실의 훼손이 아니라 사실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감동을 살려내는데 있죠. 그래서 저는 소설가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근태의 발자취가 오해되거나 곡해되는 부분이 많아 그런 부분을 올바로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마음도 있다. "한국 현대사는 김근태로 인해 높은 품격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지도자들 중에서 김구 이후로 이런 부분은 드물죠. 긍지를 지킨 사람은 드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이 김근태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남영동1985'(감독 정지영)는 김근태가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당한 22일 간의 고문을 다뤘다. "그 이후에 대해 다루는 것은 좀 더 신중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정리도 필요했고요."

방씨는 '랍스터를 먹는 시간' 이후 9년 만에 낸 이 소설을 계기로 자신의 게으름을 느낀 동시에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자신의 인생을 바쳐 이타적으로 산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기로 했다.

"고인은 동시대를 살면서 보상받지 못하고 무(無)가 돼 사라진 분들에 대한 책무감이 많았어요. 자신의 희생이 환원되는 것을 경계하셨죠. 그래서 소설을 쓰면서 부담을 가졌어요.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소중한 사람들은 별도로 다뤄볼 계획이에요.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알리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일을 글 쓰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서 다른 형식으로 감당하고 싶습니다."

인 의원은 "재미있고 많이 울었다"면서 "내 짝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소설이라기보다는 김근태씨가 쓴 자서전 같았다"고 말했다. 376쪽, 1만3000원, 이이야기공작소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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