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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새로운 지형도 '아시아'문학[출판저널 2007.08]
 Asia  | 2007·08·29 16:46 | HIT : 4,248 | VOTE : 785 |
특집:세계 문학의 새로운 지형도 '아시아'문학
중국 비롯한 몽골, 필리핀, 베트남 등 제3세계 소설 속속 출간
동아시아 문학이 온다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확장이 주요 원인
올해 4월 필리핀 소설 《에르미따》를 출간한 도서출판 아시아 편집부 정수인 팀장은 최근 경향을 “세계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확장”으로 해석했다. 새로운 문화권에 대한 욕구를 문학을 통해 간접적으로 충족하려는 국민 의식수준 향상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또 출판 산업적으로도 일본, 중국에 대한 독자 관심이 포화 상태에 달해 높은 인세에 비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입은 한정됐다는 원인도 작용한다.
도서출판 아시아에서 발행하는 동아시아 문학 계간지〈ASIA〉역시 역사성과 문학성, 대중성이 모두 갖추어진 작품을 꾸준히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 팀장은 “제3세계 문학에 대한 독자의 수요와 출판계의 공급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서구 유럽 문화는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반면 아직 이들 지역과 문화는 조명되지 않은 점에 착안, 문학 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실용서로 그 영역이 확장, 공급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출간된 작품과 근간에 소개될 작품들이 모두 각 나라의 고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직 국내 시장 개척 활성화는 단언할 수 없다. 정 팀장은 그것을 “제3세계의 문학이 유입되는 초기의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튼튼한 토대들이 먼저 소개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설들이 소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문학의 경우 이미 그런 변화의 징후가 보인다. 중국 소설이 빠르게 국내에서 독자층을 넓혀가는 것과 관련해서 젊은 독자를 겨냥한 현대성이 가미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중국 여성 소설가 티에닝의《비가 오지 않는 도시》나 위화의《형제》등은 중국 내에서도 최신작들이다. 루쉰에서 모옌에 이르는 고전 대작들을 주로 수용하던 과거의 출판 시장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다.
독자들의 흥미 자극하지 못하는 ‘고전’위주 소개
물론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낙관적인 정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동아시아 국가의 소설을 출간한 한 출판사의 기획자는 시장 반응에 대한 실망을 털어놨다.
“나름대로 오랜 기획 시간과 공을 들여 출간한 작품이었는데 반응이 극히 미미했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화권의 이야기는 익숙한 것이 아니다. 지금 새로운 동아시아권 문학 몇몇이 소개된다고 해서 그것을 ‘바람’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 나라에서 현재 읽히고있는 ‘근대성과’ ‘일상성’이 녹아있는 작품이 아닌 ‘고전’ 반열에 드는 작품들만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편집자의 입장에서 고전적 가치만을 주장할 수도 없어 안타깝다.”
작년 말 베트남 소설《하얀 아오자이》를 출간한 동녘의 광종구 편집부 부장 또한 “특히 우리와 정서가 맞는 부분에 코드를 맞추면서 낯선 문화의 색깔을 맛볼 수 있는 동아시아 문학을 소개한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문학적 교류 이전에 문화적 교류가 선행되어야만” 하는 지리적 한계를 지적했다.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는 분명히 넓어졌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중국 문학이 최근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은 중국 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문화 교류가 확대되고 깊어져야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과연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이런 수준까지 교류가 이뤄질는지 의문이다.”
한편 학계에서는 이들 국가가 비록 개발도상국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 작품의 국내 소개 움직임은 한국 문학 저변 확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다양한 문화적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 독자층이 구성되는 것은 한국인들의 자기인식 기반 형성에 좋은 영향을 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자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베트남, 몽골 등 동아시아 문학이 일본이나 미국 문학처럼 넓은 대중적 기반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베트남, 몽골이 독자적 문학으로 인식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문학을 통해 문학적 인식 기반이 넓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한다. 외국 문학 작품을 통해서 한국 작가와 독자의 자기인식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계간지〈ASIA〉의 방현석 주간은 이런 이유 외에도 제3세계 문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동아시아 문학 출판 시장 외연의 확장”으로 들기도 했다. 방 주간은 “필리핀, 베트남, 팔레스타인 등 제3세계 문학 출판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변화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경우, 전후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인간관과 윤리관을 다룬 작품이 베트남작가동맹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12만 부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문학 수용, 독자 수준 높일 수 있는 기회
최근 2~3년간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소설의 인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과도한 판권 경쟁에 지친 국내 출판사들이 기존의 인기 작가보다는 신인작가 발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작권 에이전시의 한 일본문학 담당자는 “일본 문단의 작가들이 실시간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실정” 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중국 소설의 출간과 아직 활발하진 않지만 꾸준히 소개되고있는 동아시아 소설들은 분명 우리 해외 문학 시장의 새로운 모색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소개되는 동아시아 문학작품이 단기간에 국내 출판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이같은 노력이 지속될 때, 타 문화에 대한 균형 감각을 길러주고 국내 독자들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분명 유의미한 현상이다. 이는 나아가 독자들의 문학적 인식 기반의 확대는 국내 문학계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학을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간의 문화적 교류 활발해 지면 국내 문학의 해외 진출에도 든든한 발판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송보경, 이주연 기자


세계인과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 〈아시아〉
아시아의 창조적 상상력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정신적인 자유무역지대

‘세계인과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를 모토로 2006년 여름 첫 선을 보인〈아시아〉는 국내에 아시아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첨병이다. 〈아시아〉 발행인 이대환 작가는 ‘아시아의 내면적 소통을 위해’라는 제목의 발간사에서 “위험한 민족 담론의 이중성을 극복하는 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끝에 “이 질문에 대한 오랜 고민의 한 갈래가 ‘상상력의 확장’ 을 거듭하여 아시아를 시야의 지평에 넣게 되었다"고 말했다. 언제라도 아시아의 패권지역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는 ‘동북아시아’가 아니라 36억 인구가 살아가고 있는, 존재하는 그대로의 아시아를 드러내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 작가는 ”유럽․아메리카․아프리카가 아시아를 궁금해할 때 반드시 문예지 〈아시아>를 찾게 될 미래를 떠올려보며“라고 〈아시아〉의 미래 구상을 밝혔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자 〈아시아〉주간을 맡고 있는 방현석 교수는 ‘레인보 아시아’라는 제목의 창간의 변을 통해〈아시아〉의 고민을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아시아〉라는 이름에 값하는 지면을 만들어낼 것인가. 그리고 〈아시아〉를 어떻게 아시아의 창조적 상상력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정신적인 자유무역지대로 가꾸어 갈 것인가.” 그러나 기실, 방현석 교수의 이 말은 〈아시아〉의 가야할 길과 목표를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창간호인 2006년 여름호에는 김지하의 ‘아시아 공동체 구상과 아이덴티티 퓨전’과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단편소설 〈물결의 비밀〉, 팔레스타인작가 알리 제인의 〈나를 너무 밀지 마〉등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2006년 가을호에서는 ‘아시아 소설과 영화는 무엇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주제로 아시아 문학과 영화의 새로운 갈래를 짚어보고 있다. 2006년 겨울호는 거장 오에 겐자부로의 ‘희구(希求)하다 라는 말’을 주제로 아시아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을 논했다. 2007년 봄호에서는 ‘펜으로 홀로서기-아시아의 여성작가1’을 주제로 다루기도 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 해리 에이블링 교수는 “〈아시아〉는 독자적 세계를 가진 잡지일 뿐만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 선다는 것, 또 아시아에 살면서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핵심적 공간”이라고 평한다. 아울러 “아시아의 다양성이 동등하게 만나고 섞이는 아름다운 소통의 중심”이라고 강조한다.
〈아시아〉제호가 주는 의미처럼 아시아 문학의 장을 넓히는, 아울러 이대환 작가의 바람처럼 “식민지를 체험하고 다시 분단을 감당해 나가는 한글의 운명 딛고 일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아시아의 친구들을 만나는 한국의 작가들이, 아시아의 또 다른 언어들과 교류하며 민족이 직면한 현실 문제와 아울러 우리의 평화정신까지 한껏 공감대를 넓히는 역할”을 다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장동석 기자


동아시아 담론의 등장과
세계문학의 새로운 지형도 ‘아시아’문학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미국으로 헤게모니가 옮겨가고, 특히 미국의 학자인 페어 뱅크와 라이샤워의 공저인《동아시아:위대한전통》(1960)이 출간되면서 동아시아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동아시아 담론이 활기를 띠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학자들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수용과 더불어 근대의 서구중심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찾고 있다. 동아시아 담론이 학자들 사이에서 연구됨에 따라 ‘동아시아’를 키워드로 하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공통의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가는 데 문화적인 측면, 특히 문학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동아시아 담론의 대두
‘아시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보스포러스 해협 너머의 땅이 오늘날의 터키 반도쪽을 가리켜 부른 이름이었다. 유럽인들의 지리적 지식이 동쪽으로 확대됨에 따라 그 이름이 가리키는 외연도 확대됐다. 이렇게 커진 아시아를 원래의 아시아, 곧 터키 반도와 대비하기 위해 후일 아시아를 소아시아로 부르게 됐다.
아시아라는 말의 그리스적 기원이 시사하듯이 아시아는 유럽에 대한 잔여적 범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중화문명권에서 애당초 아시아 또는 동아시아라는 개념은 없었고, 덜릭(Arif Dirlik)에 따르면 아시아라는 개념은 17세기 예수회 수사들에 의해 중국에 소개됐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현재의 동아시아를 지칭하기 위해 유럽 중심주의적 시각에 따라 극동(Far East)이라는 명칭이 20세기 중반까지 널리 쓰여 왔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미국으로 헤게모니가 옮겨가고, 특히 미국의 학자인 페어 뱅크와 라이샤워의 공저인《동아시아:위대한전통》(1960)이 출간되면서 동아시아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서강대 정외과 강정인 교수에 따르면 동아시아 담론이 대두하게 된 배경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지구화의 물결과 긴밀한 연계가 있다. 특히 동아시아 담론은 적어도 한중일로 구성되는 동아시아 3개국 지식인 및 정치인들에 의해 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강정인 교수는 “동아시아 담론은 19세기말에 한중일 동양 3개국의 연대를 통해서 서구에 대항하고자 했던 역사적 경험과 논의가 있었다는 점과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서구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문명으로서 서구문명에 대항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을 거점으로 한 연대의 기억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아시아 담론은 기본적으로 서구와 차이가 나는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적 특성을 표출함으로써 서구에 대항하는 담론으로서 성격을 지니고, 한중일을 지칭하는 ‘동양’에서 외연을 넓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다.
동아시아 3개국 중 유독 한국에서 동아시아 담론이 활기를 띠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학자들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수용과 더불어 근대의 서구중심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찾고 있다. 한편 서울대 인류학과 김광억 교수는 “탈근대 문명의 선구자임을 인정하는 일본은 한중일을 한데 묶어 동아시아 문명이라는 광역단위로 포섭하기보다는 일본 자체를 독자적인 문명으로 상정하는 일본인들의 인식이 깔려 있고, 오랫동안 중화문명 패권국이었던 중국도 동아시아 담론 자체보다는 중국 본토 자체를 하나의 문명 단위로 구상하거나 아니면 홍콩, 대만,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화교를 아우르는 영역을 독자적인 문명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국내학자들이 동아시아 담론에 몰두하는 이유가 새로운 아태 시대가 온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칫 거기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동아시아의 중요 구성인자라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구미문학 침체로 아시아 문학 부상
동아시아 담론이 학자들 사이에서 연구됨에 따라 ‘동아시아’를 키워드로 하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한 대형서점에서 ‘동아시아’를 쳐봤더니, 359종의 출판물이 검색됐다. 인문, 자연과학, 여행, 역사, 경제경영, 종교, 문학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이중 역사․풍속․ 신화가 82종, 사회․정치․법이 75종, 인문 46종, 경제경영 52종을 차지했다. 동아시아 담론이 확산되면서 출판계의 시각도 동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동아시아 관련한 출판은 초기에는 정치, 역사, 경제 등 인문사회 분야에 주력하다 최근에는 문화와 문학 분야에도 크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국제문화포럼을 개최해 온 대산문화재단은 내년부터 ‘동아시아 작가포럼’을 매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럼을 담당하고 있는 박현준 대리는 “동아시아 담론이 대두되면서 동아시아의 공통된 문화의 기반이 한자 문화권에서 폭넓게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기반을 통해 동아시아가 공감할 수 있는 폭을 점차 늘려가다 보면 동아시아 가치에 대한 당면과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문학을 통해서 접근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미국, 영국 등 구미문학은 1960년대 이후 위기를 맞았고, 세계문학으로서 그 위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구미문학은 침체돼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제 문학의 판도는 유럽의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됐다”면서 동아시아 문학이 떠오르는 배경을 설명했다. 즉 구미문학의 침체와 아시아 문학의 부상이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김재용 교수는 올해 11월 7일부터 14일까지 전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 아시아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이다.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은 ‘구미’ 중심의 문학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세계 문학의 판도를 바꾸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용 교수는 동아시아 문학의 출판이 동아시아 담론이 확산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보았다. 동아시아 담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구미 문학의 위기로 자연히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문학이 돋보일 수밖에 없고, 구미문학으로 가려진 아시아 문학이 이제야 제 빛을 발산하는 시절이 온 셈이다. 이제 서구에 집중됐던 세계 문학의 지형도를 아시아권으로 다시 짜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정윤희 기자


동아시아 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목소리와 한국 문학의 자리

동아시아 문학이 몰려오고 있다. 그 기운이 만만찮다. 몇 년 전부터 일본 문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더니 최근에는 중국 문학과 몽골 문학, 그리고 필리핀 문학에 대한 관심까지 덧붙여져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욱일승천의 기세다. 동아시아 문학의 번역이 기타 지역 문학의 번역 건수를 훌쩍 뛰어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은 한때 유럽 문학, 소련동구 문학, 라틴아메리카 문학, 그리고 아프리카 문학이 한국 문학 전반에서 누렸던 명성을 이미 뛰어넘는 듯하다. 하여간, 최근 한국 문학 전반의 중요한 관심사는 동아시아 문학이며, 또 한국 문학의 핵심적인 화두는 단연 동아시아라는 환상 체계이다.
한국 문학의 편향성에 대한 도전
최근 한국 문단이나 독서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일고 있는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은 우선 반갑다.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은 한국 문학 전반,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에 망령처럼 떠돌고 있는 어떤 편향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근본적인 자기반성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그러니까 한국이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메카니즘에 의해 편입된 이래 한국 문학 전반을 집요하게 지배하던 정치적(무)의식은 새것 콤플렉스(혹은 향보편 콤플렉스)혹은 중심을 향한 페티시적 동경이었다. 한국 문학 전반은 그들에 의해 우리 민족 전체의 생존과 자존이 순식간에 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뜻밖에도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원한 대신 우리가 중심부에 훨씬 뒤처져 있다는 모멸감에 사로잡힌다.
서구인이 전방위적인 담론체계를 구축해 놓은 오리엔탈리즘적인 역사지리지 때문일 터인데, 당시의 식민지 지식인들은 그만 이 문제투성이인 오리엔탈리즘적인 역사지리지에 현혹되어 버린다.
근대 이후 지식인들의 변함없는 화두가 ‘(서구적인 세계를 이식 모방하는)민족개조’ 였던 바 이는 전적으로 이 오리엔탈리즘적인 역사지리지 때문이었으며, 한국 문학 전반이 ‘(서구문학 혹은 중심부 문학의) 이식과 모방 충동’에 의해 전개되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랬던 것인데 최근 들어 바야흐로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진 것이다. 그것도 세계 문학의 한 의미 있는 좌표로 인정되며 말이다. 그러니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대대적인 번역, 소개는 그동안 한국 문학의 편향성에 대한 중대한, 그리고 근본적인 도전이랄 수밖에.
또다른 옥시덴탈리즘적 오만과 편견에 대한 우려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전도된 역사지리지에서 허우적대던 한국 문학이 이제 그 오랜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조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의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에는 몇몇 우려할 만한 요소가 있다. 이 우려가 몇가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학을 위축시킬 것이라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에 깃들어 있는 또 다른 의미의 편향성 때문이다.
그렇다. 최근 각광받는 일본 문학을 위시한 동아시아 문학에는 분명 어떤 편향성들이 존재한다.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최첨단 문명이나 사회풍속에 대한 현미경적 집착이고, 다른 하나는 옥시덴탈리즘적 편향성이다.
먼저 전자의 편향성은 주로 최근 소개되고 있는 일본 문학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요즘 널리 읽히는 일본소설들, 예컨대《걸》《남쪽으로 튀어》(오쿠다 히데오), 《냉정과 열정 사이》(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등의 정치적(무)의식은 라캉적 의미의 현실도피주의이다.
이들 소설은 한결같이 현실 너머의 무시무시하고 매혹적인 실재들을 기피한 채 끊임없이 현실 속으로, 일상성 속으로 도피한다. 그리고 현실 원칙에 붙들린 문명인들의 권태, 고독, 허무, 죽음충동, 그리고 열정적 사랑 등을 때로는 냉소적으로 또 때로는 열정적인 오조로 그려낸다.
하지만 이들 소설의 냉소와 낭만적 열정은 공허하다. 때문에 이들 소설 속에는 최첨단의 문명이 만들어내는 사회 풍속이 자세하게 그려지나 현존재들에 대한 깊은 성찰도 이제까지 들을 수 없었던 고유한 방식의 발성법 혹은 내러티브는 찾을 수 없다.
최근 우리 독서계에서 각광 받고 있는 동아시아 문학의 또 하나의 계보는 동아시아 각국의 불행했던 역사를 서사시적으로 복원한 소설들이다. 《에르미따》(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맑은 타미르강》(차드라발 로도이담바) 등이 이에 해당하는 소설들로 이들 소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국의 치욕의 역사, 고통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편향들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바로 자국 국민의 생존과 자존을 근본적으로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시킨 오리엔탈리즘적 역사지리지에 대한 일방적 분노이다. 이 분노는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서구 중심의 역사의 피해자이므로 우리는 절대 옳으며 그러므로 우리의 행동은 무엇이든 정당하다’는 옥시덴탈리즘적 오만과 편견으로 귀착되기에 이른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부로 가는 한국 문학을 위해
정리하자면 이렇다. 최근의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중심을 향한 동경이라는 이제까지 한국 문학의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전회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한국 문학의 편향성을 극복하려는 편향성에는 또 다른 편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동양 사회가 최첨단의 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전도된 역사지리지에 기반한 현실로의 도피주의와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의 모든 것을 악으로 규정하는 옥시덴탈리즘이다.
한마디로 한국 문학의 어떤 편향성을 넘어서기 방안으로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것인데, 자칫 이런 관성에 그대로 따른다면 한국 문학 전반은 또 다른 편향성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분명하다. 동아시아 문학이 몰려오고 있다고 환호하거나 우려할 것만이 아니라 치근 동아시아 문학이 보이고 있는 편향성을 넘어선 또 다른 목소리들을 찾아내고 계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측천무후》《바둑 두는 여자》(샨사),《나, 제왕의 생애》(쑤퉁),《형제》(위화) 등의 소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아니, 동아시아 문학의 가능성을 굳이 멀리서만 찾을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검은꽃》(김영하),《남한산성》(김훈),《리진》(신경숙)등 최근의 한국 문학에도 오리엔탈리즘이나 옥시덴탈리즘으로부터도 자유로운, 하여 세계문학사에 등재될 만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담아낸 소설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문학이 몰려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요즘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닌지도 모른다. 한국 문학 자체가 이미 동아시아 문학의 가능성과 편향성을 넘어서며 또 한 번의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므로. 그렇다면 이제 동아시아 문학이 몰려오고 있다는 말은 곧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문학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부로 몰려가고 있다고.

류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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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베트남의 신예작가 응웬옥뜨[연합뉴스2007.10.02]  Asia 07·10·03 4432
  세계 문학의 새로운 지형도 '아시아'문학[출판저널 2007.08]  Asia 07·08·29 4248
87   일본소설 ‘덩달이 팬’이신가요[중앙일보2007.08.25]  Asia 07·08·28 4159
86   하루키 소설은 세계문학 아니다[연합뉴스2007.08.20]  Asia 07·08·23 4544
85   공동체적인 눈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글들도 주목[국제신문2007.07.29]  Asia 07·08·03 3995
84   신이라도 생명 빼앗아갈 권리 없어…관용 보여달라[세계일보2007.07.24]  Asia 07·07·31 3925
83   아시아와 교류하는 한국문학[연합뉴스2007.06.10]  Asia 07·06·12 4248
82   서구 아닌 우리 눈으로 아시아 문학 발굴 뿌듯[한국일보2007.06.05]  Asia 07·06·07 4240
81   문학으로 짜는 아시아의 그물코[컬쳐뉴스2007.05.28]  Asia 07·05·30 4168
80   아시아의 다양성과 상상력의 통로[온북TV2007.05.28]  Asia 07·05·28 4060
79   '아시아' 1주년 기념호 출간[연합뉴스2007.05.18]  Asia 07·05·21 4311
78   역사서보다 쉬운 필리핀 이야기[울산매일 2007.05.11]  Asia 07·05·15 4141
77   착취당하는 필리핀의 상징인 창녀[온북TV2007.05.07]  Asia 07·05·07 5030
76   필리핀 국민작가가 쓴 눈물의 창녀 이야기[북데일리2007.05.03]  Asia 07·05·03 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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