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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가족소설…로힌턴 미스트리 장편 '가족문제'(연합뉴스,2014.4.18)
 ASIA    | 2014·04·29 09:58 | HIT : 2,172 | VOTE : 493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매는 의붓아버지의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과 분비액과 계속 싸웠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혐오감과 연민, 분노의 감정이 차례로 찾아오더니 불현듯 혐오감이 엄습했다. 피와 뼈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이 건강할 때는 그렇게 효율적이다가 어느 순간 그렇게 더럽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104쪽)

인도 출신 캐나다 작가 로힌턴 미스트리(62)의 세 번째 장편소설 '가족 문제'(원제: Family Matters)는 파킨슨병을 앓는 은퇴한 영문학 교수인 나리만 바킬이 잘과 쿠미라는 늙고 미혼인 의붓자식들과 함께 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나리만의 널찍한 아파트 이름은 '행복의 성'. 이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불행한 가정사와 불쾌한 문제들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나리만이 진정으로 사랑한 이는 루시였지만 그는 부모의 반대 탓에 루시와의 결혼 대신 아이 둘이 딸린 야스민과 중매 결혼했다.

나리만은 의지 없고 줏대 없이 결혼한 자신에게 절망했지만 야스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록산나에 대한 사랑으로 "증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잠시나마 불행이 멈췄다."(19쪽)

나리만은 록산나에게서 삶의 위안을 얻지만 다른 두 아이, 잘과 쿠미는 록산나를 편애하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그리고 나리만의 진짜 불행은 파킨슨병과 함께 찾아왔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그는 함께 사는 두 남매부터로 온갖 잔소리와 구박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일흔 아홉 번째 생일날 산책을 하다가 다리를 다쳐 몸져눕는 신세가 된다.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병시중에 지친 쿠미는 잘을 설득해 나리만의 친딸인 록산나에게 의붓아버지를 떠넘긴다. 록산나와 그녀의 남편 예자드, 아들 둘은 비좁은 아파트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처지이지만 록산나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그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녀는 옷을 털면서도 방 안을 들여다보고 아들이 시킨 대로 하는지 살폈다. 발코니 문틀에 아홉 살짜리 소년이 일흔 아홉 살 된 노인에게 밥을 먹이는 모습이 잡혔다. 바로 그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남편의 셔츠를 손에 쥔 채 숨어서 지켜봤다. 뭔가 신성한 것을 바라보는 느낌에 그녀는 그 귀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순간이 자신에게 힘이 필요한 시간에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147쪽)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리만과 관계된 모든 이들의 삶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잘과 쿠미는 그들이 한 짓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록산느는 남편의 월급으로 아버지를 돌보기가 버겁게 느껴진다.

남편 예자드는 생활비 때문에 경찰과 정치인들이 연루된 불법 복권 도박에 빠져든다. 돈 문제로 걱정하는 부모를 돕기 위해서 예자드의 아들 제항기르는 숙제 검사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반 친구들로부터 돈을 챙긴다.

저자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며 나리만의 숨겨진 비밀을 들려주고, 나리만의 질병과 노화가 그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인도 파르시(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 가문의 나리만이 같은 파르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루시와 결혼하지 못하고, 예자드와 제항기르가 생계비를 마련하려고 부정부패에 빠져드는 모습은 인도의 정치와 종교가 안은 문제점들을 암시한다.

작가는 이처럼 현실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극을 겪는 여러 인물을 통해 가족이 국가나 종교단체로부터 절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이렇게 찢겨진 가족은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고 폭력에 의해 떠받쳐지는 현대 인도 사회와 국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문제가 사회와 국가의 문제들과 떼려야 뗄 수 없으며 복잡하게 뒤얽혀 있음을 잘 보여준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2002년에 출간된 이 책은 키라야마상, 캐나다 작가 협회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미스트리의 전작인 '적절한 균형', '그토록 먼 여행'을 한국어로 옮긴 손석주 씨가 이번에도 번역을 맡았다.

아시아. 623쪽. 1만8천500원.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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