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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조선일보2008.04.11]
 Asia  | 2008·04·12 12:03 | HIT : 3,769 | VOTE : 718 |
총 겨눈 일본軍… 오키나와는 결코 일본일 수 없다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메도루마 슌 소설집|유은경 옮김|도서출판 아시아|

일본 오키나와 섬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메도루마 슌(目取眞俊·48·사진)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 〈혼 불어넣기〉등 6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역사적 상처를 섬세한 감성으로 다뤘다. 오키나와는 원래 독립된 섬이었지만, 메이지 시대 일본의 무력 침공으로 본토에 종속됐고, 태평양 전쟁 이후 미군이 점령했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했다. 오키나와 출신의 작가 메도루마는 1997년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일본의 대표 작가일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에서 사회운동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혼 불어넣기〉는 태평양 전쟁 말기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끼어 억울하게 죽어간 오키나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는 작품이다. 미군의 총공격으로 오키나와 섬은 초토화됐고, 주민들은 병과 기아로 죽어갔다. 더구나 아군이어야 할 일본군 마저 오키나와 주민들을 공격하고 학살했다. 일본 정부가 사용을 금지한 오키나와 언어를 쓰는 남자는 미군의 간첩으로 몰렸다. 일본군은 포로로 잡히기 보다는 자살하라고 집단 자결을 유도해 약 15만 명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시아 제공

소설 〈혼 불어넣기〉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알고 읽어야 할 작품이다.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자식 없이 혼자 살아가는 여인 우타가 친아들처럼 여기는 고타로는 바닷가에서 술을 마시다 혼이 빠져나갔다. 초혼 의식을 치렀지만 고타로의 혼은 돌아오지 않는다. 전쟁 때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의 혼이 고타로의 몸 속에 들어와 소라게의 형태로 기생한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오키나와 주민의 심층 무의식에 자리잡은 역사적 상처를 다룬 소설이다.

또 다른 소설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은 오키나와 반환을 눈 앞에 둔 당시 생활상을 아이의 시선으로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국 달러화를 쓰다가 일본 화폐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일본에 대한 이질감 묘사를 통해 작가는 오키나와는 결코 일본이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오늘날 일본 소설의 새로운 리얼리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소설집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일본 본토의 감각적 대중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본격 문학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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