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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라는 땅의 거친 숨소리[중앙일보2008.04.26 ]
 Asia  | 2008·04·29 10:24 | HIT : 3,595 | VOTE : 743 |
[삶과 문화] 베트남이라는 기호

최근에 두껍지 않은 베트남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응웬옥뜨의 『끝없는 벌판』이다. 한 번 읽었을 때는 마음이 좀 아렸다.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 두 번째 읽다가 눈물을 울컥 쏟고 말았다. 세상에! 소설을 읽다가 눈물바람이라니, 나는 처음에 내 속에 숨은 신파조의 감정을 의심했다.

소설은 메콩 강 일대에 생활 기반을 둔 열여덟 살 소녀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 바람나서 도망간 엄마, 매춘부와 살림을 차린 무기력한 아버지, 공무원들의 구질구질하고 비인간적 거래, 불의의 성폭행 사건…. 고난을 몸에 익은 습관처럼 받아들이는 주인공 소녀가 나를 울렸을까? 지독한 물질적 궁핍에다 가족의 부재가 가져다준 절망의 내용 때문이었을까? 현실의 결핍을 결핍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소녀의 성숙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체념이 던져 주는 암울한 미래 때문이었을까?

1976년생 여성 작가가 쓴 이 소설은 형식 면에서도 매우 이채롭다. 기존의 사회주의권 소설의 창작 방법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전형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처참한 시련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지만 변혁의 열망이나 승리자의 환호는 보이지 않는다. 투쟁하는 영웅적 인물도, 진보적 사상에 대한 신뢰 같은 것도 없다. 인물의 미세한 내면을 괄호 속 문장으로 처리하는 기법은 낯설면서도 자유로워 보였다. 때로는 시를 읽는 듯 리듬감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문체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는 소설이었다. 처참한 현실을 베트남이라는 땅의 거친 숨소리로 끌어안는 형국이라고 할까.

이 소설의 표지에는 ‘2006년 베트남작가협회 최고작품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베트남에서는 선풍적 인기를 누린 모양인데, 우리 출판시장에서는 판매가 그리 신통치 못한 듯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나 일본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혹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는 출간되자마자 경외심을 얹어 구매를 한다. 하지만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베트남 소설에까지 눈길을 주는 데는 여전히 인색한 것 같다. 문화의 편식증 탓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출판시장에서 한국 소설이 이와 같은 씁쓸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그 베트남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음악시간에 주먹을 불끈 쥐고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맹호부대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를 배우며 나는 북베트남의 ‘베트콩’과 휴전선 너머 ‘북한괴뢰도당’을 동일시하며 성장했다. 내가 배운 모든 공산주의는 악의 축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야만성을 다시 생각한다. 야만의 속성은 자신이 타인에게 저지른 행위에 대해 그 어떠한 반성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반성 없는 야만은 또 다른 천박한 야만의 문화를 낳는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 성찰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진심에서 우러난 반성도, 속 깊은 이해도 없었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우리 속에 또 하나의 야만성이 숨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머릿속에 베트남이라는 기호는 과연 무엇으로 내장돼 있는가? 인도차이나 반도의 아름다운 관광지의 하나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펀드나 부동산을 투자해 부를 불릴 수 있는 천혜의 땅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류를 팔아먹을 시장으로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나라 노총각들에게 결혼 상대자를 공급하는 가난한 처녀들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의 하나 그렇다면 베트남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총을 겨누는 대신 냄새 나는 돈다발을 흔들어 대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대통령선거와 총선에서 연거푸 쓴잔을 마신 정동영씨도 미국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내 눈에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너나없이 순응하는 꼴이다. 미국·중국·프랑스와 같은 외세에 맞서 한 번도 굴한 적 없는 나라, 베트남은 왜 가지 않는가?

안도현 시인·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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