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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청년의 우상’ ‘아시아 문학 포럼’에[한겨레신문2008.05.31]
 Asia  | 2008·06·02 13:14 | HIT : 3,741 | VOTE : 760 |
렌드라 “참여문학, 메시지 전달 분명해야”
인도네시아 저항시인 렌드라 내한



» 시인 겸 극작가 W. S. 렌드라(73·사진)
‘인도네시아 청년의 우상’으로 일컫는 반체제 시인 겸 극작가 W. S. 렌드라(73·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28~30일 경북 포항 포스텍 국제관에서 열린 ‘아시아 문학 포럼’에 참가한 그를 30일 만났다.
동행한 고영훈 한국외대 교수(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는 “렌드라는 고통스러운 민중의 삶과 부정부패를 일삼는 지배권력의 삶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을 써 왔다”고 소개했다. 1949년 인도네시아 독립 이후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한 렌드라는 그동안 시집 10권과 희곡집 4권, 단편소설집 2권, 그리고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을 펼쳤다. 초기에는 사랑과 전설, 신화 등을 노래하는 ‘순수문학주의자’였던 그는 60년대 중반 미국 뉴욕의 연극학교에 다닐 때 사회학 서적을 읽으면서 거꾸로 조국의 역사와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했다.

“(중략) 증언하노니/ 코끼리는 마스토돈의 화신처럼/ 철탑처럼 높아지고 동상처럼 거대해졌다/ 그리고 바다로 들어간 마스토돈은 물과/ 물고기를 다 먹어치우고/ 시멘트와 합판을 게걸스럽게 입에 넣고/ 전신주와 수입 필름들을 꾸역꾸역 넘기고/ 원유와 정향(丁香), 커피와 마늘을 걸신들린 듯/ 모조리 집어삼킨다”(<마스토돈임을 증명함> 부분·이하 고영훈 옮김)

인도네이사 정권은 78년에 발표한 이 작품이 국가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시인을 투옥했으며, 석방된 뒤로도 7년 동안 창작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렌드라는 권력의 경고와 협박에도 아랑곳 없이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부패한 위정자들을 꼬집는 시를 계속 발표했다.

“재벌이 독재자와 결탁하고/ 이 가난한 나라의 인권이/ 선진국의 발전을 위하여 유린되면/ 인류애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3세계 대도시는/ 선진국 심장에서 나온/ 핏줄./ 핏줄은 암에 걸려/ 시골 마을의 활기를 없애고/ 마침내, 더 이상 힘도 없이/ 악한이 되어, 초라하고 위험해질 것이다./ 그것은 순환 없는 정체일 뿐.”(<1990년 새해 벽두에 부치는 시> 부분)

억압받는 민중의 투쟁 의지를 북돋우는 그의 시는 시위 현장에서 즐겨 낭송된다. 그 자신 외국 자본과 매판적 기업가들의 배만 불리는 모순적인 경제 구조에 항의하는 대학생 집회에 나가 직접 시를 낭송하면서 투쟁을 독려하곤 한다. “참여적인 문학에서 메시지의 전달은 확실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과 주장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예술이 되지 못합니다. 구체적 형상화와 모호한 비유로써 미학적 완성도를 높여야 하죠.”

렌드라는 지금 인도네시아 문학계에서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젊은 작가들은 지금껏 금기였던 이슬람 원리주의의 문제에도 손을 대고 있어요. 저 역시 이슬람에서의 폭력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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