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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아픈 그들이 동족처럼 느껴진다 [아시아경제 2012.05.21]
 ASIA    | 2012·05·23 11:25 | HIT : 2,616 | VOTE : 609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052113594707366
작가가 체험한 베트남전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베트남과 한국의 현대사는 닮았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한국처럼 남과 북으로 분단된다. 1955년부터 1975년까지 20년간 계속된 베트남 전쟁은 한국 전쟁과 함께 냉전 시기 이념 대립이 불러 온 대표적인 비극이었다.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도 주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모두 31만명을 베트남에 파병했다. 전쟁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한국이 '아시아의 용'으로 부상하는 데 디딤돌이 됐다. 동시에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양민 학살 문제, 타의로 가해자가 됐던 파병 군인들의 후유증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그런데도 한국인에게 베트남은 낯선 나라였다. 전쟁으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국가에 우리는 무관심했다. '전쟁의 슬픔'은 베트남 사람들이 기나긴 전쟁을 어떻게 통과해왔는지 보여주며 그들이 우리와 닮았다는 것을 또 한번 알려준다. 먼저 이 책의 '위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1991년 출간된 '전쟁의 슬픔'은 베트남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또한 이 책은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인간적 시각으로 직시한 소설이었다. 위대한 승리와 투쟁이 아니라 포화 속에 찢겨나가는 인간을 그렸다. 그만큼 큰 논란에 휩싸였다. 책은 곧 영어, 불어 등 16개국 언어로 번역돼 출간되었고, 1994년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전쟁의 슬픔'을 최우수 외국소설로 선정한다.

작가인 바오 닌은 17살이었던 1969년 베트남 인민군에 자원입대했다.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그는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작가의 '체험'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동안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자전소설이라는 '오해'는 일부 설득력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끼엔에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 책은 주인공 끼엔의 눈을 빌려 전쟁을 보여준다. 조금은 폐쇄적으로 느껴질 만큼 끼엔의 영역 안에서 이야기를 소화한다.

소설의 시작부터 끼엔은 이미 전장에 내던져진 상태다. 끼엔에게 전쟁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다. 바로 옆의 전우가 순간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 끼엔도 상대를 향해 총질을 퍼붓는다.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짧게 스쳐지나가지만 곧 무감해진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사랑이다. 입대 전 만난 첫사랑 프엉을 끼엔은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프엉과의 기억은 끼엔이 '사람'으로 남아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그러나 10년 후 프엉과의 재회하는 장면에서 작가는 독자의 기대를 일부러 배신한다. 프엉은 끼엔이 그려 왔던 순수한 소녀가 아닌, 전쟁이 빚어 낸 또 다른 변종이 돼 있다. 전쟁 속에서는 누구나 예전의 그 사람일 수 없는 법이다. 프엉이 떠나고 끼엔은 다시 홀로 남겨진다.

전쟁의 아픈 기억은 한국인도 못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일면 친숙하게 다가온다.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수많은 문학작품을 접해 온 한국인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낯설던 베트남인들이 '동족'처럼 느껴질 것이다. 동시에 지난 20세기의 현대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한 번 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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